[교과쌤의 담임 적응기] 지금 내게 필요한 건? 학급살이!
3월의 반이 지나가고 있다. 교과에서 담임으로 온 지 곧 한 달이다. 이제는 내 교실이라는 공간에 적응도 되고 학생들과 아침을 맞이하고 점심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데에 익숙해지고 있지만 사실 처음엔 신규교사마냥 두렵기만 했다. 전담교과로 2년을 보내니 '담임이 뭐지? 먹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담임'에 대한 기본 개념이 거의 사라졌다. 학급일은 어디서부터 뭘 준비하고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학년일에는 뭐가 있는지 감도 잡히지 않아 어리벙벙했다. 특히나 소문이 자자하여 모두가 기피한 6학년 담임을 맡게 되어 나의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담임도 오랜만인 데다가 6학년은 이번이 처음인데 과연 1년을 잘 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육아휴직을 2년 하고 학교에 오면 복직 연수를 받는데 교과 전담자에게도 마찬가지로 담임 복직 연수가 필요한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학년 인사발령이 방학 전에 이루어져 방학을 보내는 동안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 길었다는 것이다. 교과전담도 학생을 가르치는 것은 매한가지인데 뭘 이렇게 엄살을 부리냐고 묻는다면 그건 교과전담교사와 담임교사 간에는 큰 차이점이 하나 있기 때문이다.
교과의 담임의 가장 큰 차이점이 무엇일까? 바로 학급살이이다.
교과전담교사는 여러 학급을 담당하므로 상대적으로 교과수업에서의 전문성이 중요하다면 담임교사는 한 학급을 담당하고 있으므로 학습지도뿐만이 아니라 한 공동체의 구성을 맡는다는 점에서 생활지도 부분에서의 노력도 필요하다. 물론 교과전담교사에게도 수업을 하면서 교과 수업 시간에서의 학급살이, 학생을 다루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여기서 그 비중이 적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다. 그래서 사실 신규발령자에게는 학급 살이를을 하기 수월한 학년이나 교과를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신규 왔으니까 막내 타이틀로 고학년으로 몰리는 것은 지양해야 할 우리 학교 관습 중에 하나다. 혹은 신규교사에게 젊다는 이유로 학교의 큰 업무를 담당하게 하며 학급을 맡게 하는 것도 같은 시각에서 지양해야 할 관습이다.
교과를 맡기 전 5학년, 2학년 담임교사로 저학년과 고학년을 두루 경험하였다. 첫 해의 5학년 담임교사를 맡았던 과거의 우리 교실을 돌이켜보면 부끄럽다. 우리 교실은 '이유는 묻지 마, 규칙을 지켜.'를 강조하는 학급이었다. 학생과 소통은 하고 싶지만 그 방법은 잘 모르겠고, 학생들과 잘 지내고 싶은 마음에 너무 친절하게 대하다 보니 학생들은 지켜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지 못해 헷갈려했고 결국 번번이 내게 혼이 났다. 과하게 혼낼 때는 내가 모르던 나의 모습도 나올 정도로 학생들을 혼내기도 해서 내 모습에 내가 놀란적도 있었다. 그렇게 교사와 학생 모두 멘붕에 빠진 우리 반은 점점 카오스가 되어갔다. 지금도 그때의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물론 학생들과의 추억도 많이 만들었지만 돌아보면 나는 실수투성이 선생님이었다. 나의 첫 담임 학급은 흔히 말하는 실패한 학급이었다.
그래서 다시 담임이 된 지금, 나는 공부한다. 담임 공부 중이다. 학급살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른 선생님들은 어떻게 하는지 책을 읽으며 공부하고, 다른 선생님들의 홈페이지, SNS를 참고하며 나와 학생이 행복하게 상생할 수 있는 우리 학급의 이상향을 그려본다. 그렇게 공부한 내용을 3월 달 첫 만남에 적용해보았다. 적용 결과는? '매우 만족,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아직도 부족한 점은 많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부딪혔던 첫 담임 시절의 교실과 비교하였을 때 평탄한 3월이었다. 다시 첫 담임 시절로 돌아간다면 학급살이가 뭔지 모르고 어버버 했던 나를 학급살이의 문턱에 데려다 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