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진쌤의 담임적응기] 나의 첫 학급 SNS, 학생은 어디까지?
학급 SNS를 개설하면 누가 가입할 수 있을까요?
교사, 학부모, 그리고 학생 입니다.
학급 SNS를 개설하면서 가진 첫 고민은 '우리반 아이들도 가입시켜야 하나?' 라는 것이었습니다.
'가입시키기 전에 준비할 게 많을 것 같은데...'
'가입 안하면 하라고 계속 말해야 될텐데... '
'가입하고 나서 SNS에서 서로 댓글로 싸우면 어떡하지...?'
으앙!!!!
결국 1학기 총회 시간, 학부모님에게만 안내합니다.
"올해 우리반은 학급 SNS를 사용하려고 합니다. 학부모님들에게 알림장이 문자로 전송되고 학생들의 활동 사진이나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 사용해보는 거라 익숙해지면 2학기에 학생들에게도 안내해서 같이 사용해보도록 하겠습니다."
2학기 때는 상황을 보고 학생들과 같이 이용한다는 여지를 남기며 총회를 마쳤습니다. 그러나 저는 학년이 끝날 때까지 학생들을 초대하지 않았고, 졸업 후에서야 ‘사진 보고 싶어요!’ 라며 희망하는 학생들을 초대를 하는 것으로 끝냈습니다.
'학급 SNS라며? 학생이 없는 SNS라니..?!'
네..모순적이죠? 민망하네요ㅋㅋ
제 자신에게도 해소되지 않는 약간의 찝찝함(?)이 있었지만 자신이 없달까. 용기가 없달까. 도전이 부족했달까... 학급SNS를 사용하여 더 소통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사춘기의 고학년 학생들을 데리고 온라인에서까지 문제의 소지를 만들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컸습니다.
저는 1학기 개학날에 "우리반 단톡방 만들지 마세요~"라고 할 정도로 온라인 문제가 생기면 해결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런 일을 경험해보지도 않았고 주변에서 들리는 온라인 문제는 오프라인 문제보다 더 해결하기 복잡해보였기에 ‘내가 애써 불씨를 만들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물론 학생들이 자유롭게 만드는 단톡방을 교사의 말 한마디로 저지한다는 게 어불성설입니다만 그만큼 저는 학생 간 발생할 수 있는 어떤 작디 자그마한 문제라도 그 씨앗을 최소화하고 싶었던 것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1년 동안 학급 SNS를 학부모님과의 소통 창구로 사용했습니다.
학급 SNS를 사용하여 알림장을 작성하면 바로 문자 발송을 눌러 학부모님들에게도 알림을 보냈습니다. 수업 중, 쉬는 시간 중의 일상모습, 학교 행사 사진 등을 올려 학부모님들과 같이 봤습니다. 학부모님들이 게시글에 ‘좋아요, 공감’을 가장 많이 표현해 주셨던 것은 수학여행에서 저만 보기 아까운 사진들을 올렸을 때였고, 저 또한 학생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다니는 걸 사진으로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작년에는 수능 때 특히 학급 SNS가 빛을 발했는데, 지진으로 수능이 갑자기 연기되었을 때 학교 등교 시간을 SNS로도 공지해드릴 수 있었습니다.
물론 학생까지 가입하여 활용했더라면 여러 가지 기능을 더 사용하며 학급을 운영해볼 수도 있었겠죠. 학생들끼리 글을 올리고 댓글을 단다던가, 모둠별로 활동 결과물을 올린다든가, 제가 온라인으로 과제를 내준다든가 등이요.
그렇지만 저의 올해 학급 sns의 이용의 목표는 ‘한번 해볼까?’ 였고, 제가 사용하려고 했던 목적에 맞게 학급 SNS를 사용해봤습니다. 그 결과, 계속 사용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다음에는 어떻게 한번 학생들과 함께 사용해볼까는 자신감도요. 만약 제가 처음부터 이것저것 다 해보려고 했다면 초기에 겪을 시행착오도 더 많아졌을 것이고 기술적 부담이 많이 느껴졌을 것 같아요.
1년간 사용해본 결과 각자가 필요한 쓰임에 맞춰서 학급 SNS를 사용한다면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엔 잘 알지 못하는 쪽이라 조심스럽고 굳이 이걸 해야했나 싶었지만 돌이켜보니 나쁜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다음에 학급을 맡으면 좀 더 제 입맛에 맞게 사용해 볼 수 있을 것 같아, 새로운 도전을 한 제 자신이 뿌듯합니다. 쓸까 말까 망설일 때는 안 써서 모르느니 한번 써보는 것도 좋은 선택인 것 같습니다 :) 맞으면 계속 써보고 아니면 다른 나만의 방법을 또 찾게 될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