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아- 22) 선입관, 내가 만든 감옥
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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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6 09:37
선입관이 눈을 가리지 않도록..
내가 정한 것인지, 누가 정해놓은 것인지 모를 여러 개념 안에 갇혀서 사는 경우가 많다.
상황에 있는 것과 상황에 갇힌 것은 정말 많은 차이가 있다.
신생아는 언제 나가야 하는가?
둘째 100일이 지나고, 집에서 먹는 밥이 지겨워 외식을 하자고 얘기했다.
하지만 와이프는 나가는 것을 매우 꺼려했다.
갓난아기를 데리고 나간다는 것 자체가 부정적인 것이다.
인터넷을 찾아봐도 정말 많은 엄마들이 신생아 외출 시기에 대해 걱정을 한다.
하지만 정작 병원은 가야 하고 꼭 필요한 외출은 100일 전에도 하게 된단다.
'신생아는 나가지 말라.'라고 정해져 있었던 걸까?
'신생아는 외부 환경에 취약하다.'라는 이유라면 결국 '외부 환경이 괜찮으면 나갈 수 있다.'라는 명제가 성립하지 않을까?
이미 우리 아기도 100일 전 많은 외출을 했다. 처음 조리원을 나오며, 또 예방 접종, 그리고 본가와 처가도 몇 번 다녀왔다.
"사람 많은 곳이 위험하다고 한다면 병원은 병원균 집합체고, 밖이 더럽다고 여긴다면 난 지금 우리 집이 더 먼지가 많고 지저분하게 보인다."
내 말에 와이프는 빵 터졌단다.
"밖보다 집이 더 더럽다는 말에 어이없지만 공감되면서 할 말을 잃었다(ㅋㅋ)"
결국 우리는 깨끗한(?) 방으로 된 중국집에 가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
그 이후는.. 와이프가 더 나가자고 난리다.
카페에서 마시는 카페라떼를 너무나 좋아했기에.
육아는 어디에서 해야 하는가?
와이프는 카페를 정말 좋아한다.
중국집 사건 이후로 우리는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출산 후 갇혀만 살았던 와이프에게는 신세계가 열린 셈이었다.
우리는 가능하면 아기들이 잘 시간을 맞춰 차로 재워서 카페를 들어갔다.
둘을 눕혀 놓으면 정말 천국과 같은 둘만의 시간이 되기에.
하지만 이걸 너무 당연히 여겼을까?
일찍 깨버린 아기 둘을 보며 아주 당연하고 평범한 투덜거림을 하신다.
"둘째도 봐야 하는데 첫째까지 나한테 매달리면 너무 힘들어. 애기들이 안 자면 너무 힘든 것 같아."
"선이야, 내가 함께 하고 있지만 첫째가 집에서도 낮잠을 잘 안 자고 너한테 매달리기도 하잖아.
집에서 해야 했던 일이 카페에 온다고 없어지지는 않으니까..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이라면, 이왕 할 육아라면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장소에서 하면 좋지 않을까?"
이 이야기를 듣고 와이프는 더 이상 카페의 불편함을 말하지 않는다.
카페를 데리고 와준 나에게 고마워하고 그렇게 좋아하는 카페라떼를 마시면서 육아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바다가 보이는 열린 풍경은 같은 일을 다르게 느끼게 해 주기에 충분하다.
아기와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
매운 것을 못 먹는 아기를 데리고 외식 메뉴를 선정하는 데는 좀 어려움이 있다.
아기가 못 먹는 메뉴를 다 지우고 나면 갈 수 있는 식당은 정작 몇 개 되지 않는다.
그러나 생각을 열면 그곳에 있는 사이드 메뉴나 반찬, 공깃밥 활용하기, 아니면 아예 아기가 먹을 수 있는 것을 가지고 가는 방법도 있다.
'무엇을 먹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와 내가 함께 먹을 것을 '어떻게 정하는지'이다.
얼마 전 우리는 외식 메뉴를 고르다 결국 물닭갈비를 먹으러 갔다.
그 가게에는 첫째가 먹을만한 음식이 없었다.
먹을 수 있는 것이라곤 공깃밥, 라면사리, 우동사리가 전부였다.
난 사탕을 달라고 떼를 쓰는 첫째를 데리고 사탕 원정을 나섰다.
그리고 밖에서 그것을 발견했다. 마법의 가루.. 김가루를..
사탕 대신 김가루를 들고 돌아온 난 첫째에게 김 비빔밥을 주려고 공깃밥을 시키려 했다.
하지만 아내는 이미 첫째 밥은 못 먹인다고 생각을 해버린 모양이다.
"공깃밥 시키면 남지 않겠어? 김가루에 잘 안 먹을 거 같은데.."
"남으면 이따가 볶음밥 할 때 넣어서 비벼달라고 하면 되지머. 그리고 연수가 먹는다고 하니까 우선은 주려고 하는 거지."
"아까 라면 부스러기 먹던 거 있어서 안 먹을 거 같은데.."
아내는 이미 여기서 밥을 먹이는 것 자체에 부정적이다.
아내에게서 '부정이'가 나오고 나선 어차피 대화의 의미가 없다.
"우리가 밥을 먹으러 왔으니 연수한테는 지금 이 시간이 지루하고 의미가 없잖아.
그래서 나는 그냥 연수에게 있을 의미를 열어놓고 있는 거야.
물론 나도 시도를 하는 만큼 실패를 할 텐데 니가 두려워서 안 되는 것처럼 말하면 나조차 용기를 잃어버려."
결국 연수는 많이는 아니지만 김에 비벼서 먹고 우동사리도 씻어서 먹고 하면서 정신없는 저녁 식사를 마쳤다.
"당신은 정말 불가능도 가능하게 하는 사람 같아."
주차를 하고 집으로 올라가는 길에 아내가 말한다.
"아니야, 내가 어떻게 안 되는 것을 되게 할 수 있겠어.
난 그냥 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할 뿐이야.
단지 니가 불가능하다고 여기고 가능한지 아닌지를 확인하지 않은 것들일 뿐..
앞으로도 아이와 함께 할 때 내 생각으로 아이의 미래를 미리 정해버리지 말자."
내가 정한, 세상이 정한 굴레에 갇히지 않도록..
선입관이 눈을 가리지 않도록..
사람이고 싶다.
교사이기 이전에 사람이고 싶다.
교사와 학생이기 이전에 사람과 사람이고 싶다.
사람이 사람임을 놓치는 순간을 사랑으로 채우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