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한 학교 바라보기] 1. 꿈을 가르치는 교사에게 꿈은 있는가(1)
승진이 매력적이지 않은 이유
제가 들었던 승진을 하라고 하는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생존과 만족에 있습니다.
생존- 남교사가 나이 들어서 살아남지 못한다. 후배가 교장이 되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만족- 그래도 교장까지는 가야지. 교사로 퇴직하면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보겠나.
만약 승진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실존적인 이야기들을 했다면 저도 승진에 대해 좀 더 긍정적인 생각을 가졌을지 모르겠습니다.
실존- 내가 가진 올바른 교육관으로 학교를 경영하고 싶다. 정말 옳은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학교를 만들겠다.
물론 지금 승진을 생각하지 않을 뿐 승진을 할 수도 있을 겁니다.
더 높은 가치를 찾고자 하는 것이지 승진 자체를 부정하자는 게 아니니까요.
정말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어떠한 사람인가, 나는 어떤 교사인가, 어떤 교장이 될 것인가겠죠.
승진안행
페이스북을 보다가 이런 단어를 보게 되었네요.
저 또한 관심이 갔지만 누군가의 가치가 다른 이의 가치를 부정하는 일이 될까 조심스러웠습니다.
승진을 하는 사람들이 승진을 안 하는 사람을 나무랐듯, 반대로 승진을 하지 않는 사람이 승진하고자 하는 사람을 나무라는 꼴이 될까 봐요.
그럼에도 오늘 페이스북 멤버로 가입을 했습니다.
교사를 하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생각들을 펼쳐낸다는 움직임이 결국 교직 사회 전반의 욕구 수준의 상승을 가져올 것이라 기대합니다.
교사라는 직업이 아닌, 교장이라는 직급이 아닌 교사 자신이 꿈을 꾸는 사람이 늘어나길 바랍니다.
생존에 갇혀 있는 개인
2014년도에 1정 연수를 받았습니다.
그때 논술 주제는 '작은 학교 희망 만들기' 였어요.
작은 학교가 갖고 있는 장점을 기술하고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랍니다.
저는 이 주제를 보고 지역 불균형이라는 단어밖에 생각이 안나더군요.
작은 학교의 좋은 점을 찾아 이 학교를 살리면 정말 문제가 해결되나요?
사람의 수 자체가 늘어나지 않는 한 주변의 몇 명을 데리고 오는 것뿐이에요.
어차피 아파트 단지만 하나 들어오면 큰 학교가 생기게 될 겁니다.
강원도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산골 마을들은 심각하죠.
부익부 빈익빈을 개개인의 문제로 놓으면 근본적인 시스템이 바뀌지 않아요.
사람들이 서울에 모이고, 작은 도시조차도 도심으로 모이는 문제를 한 학교의 장점을 살림으로 바꿀 수 있을까요?
이 논술 문제가 원하는 답을 쓰면서 교사들은 문제를 문제라고 말하지 못하고 반대로 장점을 찾게 됩니다.
또, 국가차원의 문제를 개별 학교의 문제로 본질을 흐리게 만듭니다.
물론 제 생각이 무조건 옳다고 할 수도 없겠죠.
정말 중요한 것은 이 논술에 '자신의 생각을 쓸 수 있는가'입니다.
제 동기 친구는 그냥 문제가 원하는 답을 쓸 수밖에 없었다네요. 점수를 어떻게 줄지 뻔하니까요.
승진점수에 들어가는 이 시험에 문제가 원하는 생각이 아닌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시험이 원하는 대로, 제도가 원하는 대로 하게 된다면, 또는 다른 외적인 요인으로 꺼내지 못하게 된다면 교사 개인들은 그저 주어진 조건에서 생존하게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