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한 학교 바라보기] 11. 이상적 교사와 현실적 교사(4)-진보와 보수
진보와 보수의 태도
어느 곳을 가도 진보와 보수가 있다.
학교에도 진보와 보수가 있다.
단순히 전교조인가 아닌가를 논하는 게 아니다.
무엇을 하느냐 마느냐의 자세는 언제나 갈린다는 것이다.
하고자 하는 진보는 이상을 내세운다.
이것이 교육적으로 옳은 것이요, 교사는 응당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고자 하는 보수는 현실을 내세운다.
이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요, 이 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고..
하지만 모든 일을 추진하거나, 모든 일을 거부하는 사람은 없다.
하나를 하는 동시에 다른 것을 할 수 없으며, 하지 않는 것은 다른 일을 하는 것이다.
진보와 보수의 태도 자체는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말할 수 없다.
결국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말이다.
단지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에 진보적이고 자신이 싫어하는 것에 보수적인 태도를 취할 뿐이다.
보수화의 극복
자신이 진보정당을 지지한다고 해서 진보적인 것이 아니다.
진보적이든 보수적이든 그 태도 자체는 자신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다.
가치를 지키고 유지하는 것은 보수적인 태도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보수화 되는 것은 당연하다.
누구나 자기의 가치를 지키고자 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가치를 옹호하는 사람끼리 모이고 단체를 이룬다.
진보와 보수 또는 수많은 경계로 생각의 그룹이 형성된다.
그 안에서는 내 가치가 존중되고, 나의 일이 정당화된다.
자신이 하던 일이 익숙해지고 습관이 되면 보수화된다.
보수화의 가장 무서운 점은 다른 가치에 귀를 닫는 것이다.
열린 귀를 갖지 못한다면 어떠한 옳은 가치도 그 생각안에 갇혀 보수화 된다.
누군가 진보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도 '진보적 생각'안에서 보수화되는 것이다.
그 어떠한 옳은 생각도 경계를 열지 못하면 고립되어 썩어갈 뿐이다.
진정한 진보
예전 페이스북에서 허승환 선생님은 이런 글을 적었다.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하는 캠프 활동에 한 선생님이 빠지겠다고 한 것이다.
허승환 선생님은 오히려 자신의 욕심에 동료들에게 부담을 준 것이 아닌가 반성했다.
난 여기서 진정한 진보를 보았다.
나의 가치와 너의 가치가 대립할 때 두 가치를 같이 놓고 판단하는 것.
교사로서의 가치와 부모로서의 가치를 함께 보는 것이다.
다른 가치를 낮추어 판단한다면 '합'에 이를 수 없다.
교사의 '열정'은 높은 것이고, '편함'은 이기적인 것으로 평가한다면 '효율'은 얻을 수 없다.
자신이 가진 '정'의 가치에 '반'하는 가치를 부정해버리면 '합'은 사라지는 것이다.
진정한 진보는 '나'와 '너'를 객관화하여 공론화한다.
'나'의 생각에 갇혀 있지 않는다.
'너'라는 가치를 열어 놓는다.
진보와 보수는 '나의 생각'이 어떤가의 문제가 아니다.
'너의 생각'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의 문제이다.
진보는 '나'에 머물러 있지 않고 '너'를 통해 '우리'로 진일보해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