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한줄평] #01 산산조각나면 아무리 꿰매줘도 아프다(고함쟁이 엄마)
통로 현아샘의 [그림책 한줄평]_고함쟁이 엄마(유타바우어)
#01 산산조각나면 아무리 꿰매줘도 아프다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직접 쓴 그림책 한줄평을 가지고 좋은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통로 이현아입니다.
"현아샘, 아이들이 진짜 좋아하는 그림책 좀 소개 해주세요."
"책 읽기 싫어하는 아이들도 눈을 번쩍! 뜨게 할 만한 재미있는 그림책 좀 없을까요?"
그동안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요, [그림책 한줄평]을 통해서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함께 좋은 그림책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제가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으면서 고민을 많이 하는 지점이 있는데요, 바로 '감상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림책은 시와 그림과 이야기가 어우러져있는 한 편의 예술 작품입니다. 그래서 저는 마치 선순환하듯 한 권의 그림책을 읽고 난 감상을 다시 시와 그림으로 표현하기를 좋아합니다.
아이들이 펼쳐낸 시와 그림을 보면 또 하나의 재 창작이 시작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훌륭한 작품이 많거든요.
하지만 매번 그림책을 읽을 때마다 시와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아이들에게 오히려 부담을 줄 수 있지요. 간단하면서도 핵심을 살릴 수 있는 감상법에 대해 다양한 각도로 고민하면서 '그림책 한줄평'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읽고 난 감상을 짧고 굵게! 핵심을 가진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해보는 방법이죠.
아이가 들려준 '오늘의 한줄평' 함께 살펴볼까요?
오늘의 그림책 한줄평은 바로 "산산조각나면 아무리 꿰매줘도 아프다" 입니다.
이 한줄평은 어떤 그림책을 읽고 쓴 것일까요? 바로 이 분에 관한 그림책입니다.
이분은 아이들이 가장 많이 사랑하면서도 또 가장 많이 상처를 받았다고 말하는 한 사람입니다. 이 분은 누구일까요?
벌써 눈치채셨다고요? 네, 그분은 바로 엄마 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엄마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그림책으로 <고함쟁이 엄마>를 추천합니다.
이 그림책은 제가 2학년 아이들과 수업하면서 학교 도서관에서 만났던 그림책인데요, 노랗고 예쁜 책을 무심코 펼쳤다가 마음이 산산조각 났던 책입니다.
‘오늘 아침, 엄마가 나에게 소리를 질렀어요.’라는 글로 첫 장면이 시작하는데, 그 다음 장면을 보면 주인공인 아기 펭귄의 몸이 산산조각 납니다.
이 장면에서 아이들도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이럴수가, 선생님 이거 너무 잔인한 거 아닌가요!"라면서 호들갑을 떠는 아이도 있고,
"사실은 저도 오늘 아침에 엄마가 소리 질러서 마음이 깨져버린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이 장면이 이해돼요"라면서 공감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엄마는 산산조각 난 아이의 몸을 하나씩 주워서 바느질로 꿰매주는데, 저는 이 바느질 장면에 한참 머무르면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엄마가 소리는 지르긴 했지만 이렇게 조각난 몸을 하나씩 주워 와서 꿰매주고 ‘아가야 미안해’라고 말하는 부분이 감동적이다" 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있는가하면,
또 다른 아이들은 반론을 펼칩니다. "산산조각 난 몸을 주워 와서 아무리 꿰매줘도 상처는 없어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답니다.
그렇게 감동파 vs 상처파가 나뉘어서 한동안 설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 책을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아기 펭귄의 심정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눠보세요. 평소에 알지 못했던 아이의 마음에 귀 기울여 보실 수 있을 겁니다.
한편 이 책은 어른들과 함께 읽으면서도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참 많습니다.
좋아서하는 그림책 연구회 선생님들과 이 책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거든요.
어떤 멤버는 고함을 지르는 엄마 펭귄에게 공감하면서 아이에게 소리 질렀던 자신을 반성하는 반면,
또 어떤 멤버는 어릴 때 엄마가 나에게 고함쳤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오히려 아기 펭귄에 공감하기도 하더라고요.
엄마 펭귄 vs 아기 펭귄, 여러분은 과연 누구에게 공감하실까요?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에도 귀 기울여보시길 바랍니다.
아이들은 엄마에게서 따뜻한 사랑을 느끼기도 하지만, 때로는 온 몸이 산산조각나는 아픔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림책 <고함쟁이 엄마>를 함께 읽으면서 아이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그동안 미처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전해보시면 어떨까요?
그림책을 통로로 아이들과 마음 나눌 수 있길 바라면서, 아이들이 직접 쓴 그림책 한줄평을 가지고서 다시 만나뵙겠습니다.
지금까지 통로 현아샘의 [그림책 한줄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