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활동, 뭘하지?]유아용 낱말카드로, 강! 제! 결! 합!
교실에 비치해둘만한 교구 아닌 교구 중 하나가 바로, '유아용 낱말카드'다.
바로 이런 것 말이다.
(필자는 아래 상품이나 업체와 전혀 무관함을 밝힙니다!!)
4학년 아이들에게 이 카드를 꺼내서 보여주는 순간, 교실이 초토화되었다.
"쌤~! 우리가 애긴줄 알아요?"
"그거 어디서 가져오셨어요? 쌤네 애기거 아니에요??"
"에이, 싫어요~ 유치해요!!"
신기한 건, 의외로 6학년들은 이 카드를 좋아한다.
(6학년보다 4학년이 왜 더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지, 그 까닭은 확실하지 않다.
아마, 자신이 더이상 '어리지 않다'고 믿고 싶어서일까?...)
"우와~ *로로다!!! 쌤, 저는 크*을 제일 좋아해요!!!"
여튼,
이 카드 한 세트면, 아이들과 국어, 도덕, 사회, 과학을 넘나들며 재미있게 수업할 수 있다.
유아용 카드로 뭘 하냐고?
바로, '강제결합법'이다.
#1. '강제결합법'이 뭐야?
강제결합법을 네*버로 검색하면, 다음과 같은 뜻을 찾을 수 있다.
서로 상관없는 아이디어나 물건을 결합시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거나 물건을 재생산해내는 활동, 또는 주어진 상황과 전혀 상관없는 물건이나 아이디어를 제시해 전혀 다른 해결책을 유도하는 방식. 욕실에 있는 칫솔과 주방에서 쓰는 주전자를 결합하면 어떤 물건이 나올지 생각해 보는 식. |
한 마디로, A와 B를 억지로 묶어서 다른 의미로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원래는 발명이나 창의성 훈련에서 쓰는 방식이었던 듯 하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입니다!!)
#2. 수업에서 어떻게 사용될까?
필자가 '강제결합법'을 가장 많이 사용할 때는, 새로운 개념에 대한 수업을 할 때다.
특히 사회나 도덕 교과에서 쓰기 딱 좋다.
'새로운 개념'에 대한 수업을 할 때 보통,
그 개념을 자신의 언어로 다시 설명하는 식의 활동이 많이 쓰인다.
칠판에 교사가 다음과 같이 문장을 제시하면,
학생들은 각자(혹은 모둠별로) 이 문장을 완성해서 포스트잇(혹은 모둠칠판)에 써서 발표하는 식이다.
유아용 낱말카드를 이용한 강제결합 활동도 시작은 비슷하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강제결합 활동에서는 저 네모칸 안에 들어갈 낱말이 '강제적으로' 주어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몇년 전, 6학년 수업할때 나왔던 문장이었는데, 분명 사진을 찍어놨었는데 찾을 길이 없다.
사진 정리 좀 하고 살아야 할텐데....;;;;)
이 당시, 아이는 '제비뽑기' 방식으로 낱말카드를 뽑았다가 저 낱말이 걸렸고,
이런 문장을 만들어냈었다.
그나마 쉬운 카드가 걸렸었던 듯 하다.
어떤 아이는 '오렌지'를 뽑고 한동안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비유법을 배우고, 시를 쓸 때 이 방법은 엄청 유용하다.
시의 중심소재가 되는 것을 제시하고 낱말카드를 뽑아서 각자 1문장씩 만든다음,
이 문장들을 모아서 학급 전체가 1편의 시를 완성해볼 수도 있다.
#3. 몇가지 tip
강제결합 활동을 할 때 중요한 건,
카드를 나눠주는 방식이다.
때로는 교사가 그냥, 아이들에게 무작위로 나눠주기도 하고,
때로는 가운데 카드를 쫙 펼쳐놓은 후, 자신이 원하는 카드를 집어가게할 수도 있다.
단, 아이들이 카드를 선택하게 할 때는 예시문장 제시를 나중에 하는 것이 좋다.
즉, 아이들이 왠지 모르게 자기 입맛에 맞는것 같은 카드를 먼저 선택한 후,
예시 문장을 보여주는 것이다.
예시 문장을 먼저 보여줄 경우에는 선택 순서에 따라 '쉬운' 카드 쟁탈전이 벌어지게 되고,
아이들 사이의 분노+원망+허탈함 등이 어우러져 그날 수업은 '쫑치기' 십상이다.
만약, 선택한 카드를 사용해서 예시문장을 채우는 것이 정말 불가능하다고 여겨질 경우에는
카드 교체의 기회를 1번 정도 줄 수 있다.
이 때, 당연히 아이는 카드를 '고를 수' 없으며,
카드가 담긴 어둠 상자에서 뽑아가거나, 교사가 내미는 카드를 '조건없이' 수용해야 한다.
아이들이 반발한다고?
아이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면서 이 활동의 이름, '강.제.결.합'을 명료하고 또렷한 목소리로 말해주면,
99.9% 포기하고 수용한다.
(이런 건 인권의 영역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ㅎㅎㅎ)
#4. 강제결합의 매력, 톡톡 튀는 아이들의 생각 엿보기!
강제결합 활동을 하다보면,
아이들의 생각과 표현에 '깜짝깜짝' 놀랄 일이 많이 생긴다. ^^
아이들은 '과연 이게 가능할까?' 싶은 낱말카드를 뽑았는데도 문장을 만들어낸다.
그 유연한 생각에 감탄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아이들이 카드를 뽑아서 만들었던,
필자의 기억에 무척 인상적이었던 문장을 몇가지 더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출처: 그날그날의 수업노트: 뒤지느라 힘들었음.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