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활동, 뭘하지?]교과서 첫 시간, 학습지도 만들기
2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1학기에 비해 2학기는 대체로 빠듯합니다.
학예회, 운동회로 인해 손실되는 시간, 학기를 마무리하는 2월 등등의 시간은 사실상 수업을 하기 어렵지요.
그래서일까요? 선생님들은 개학하자마자 '진도빼기'에 전념합니다.
'진도빼기'가 교육적으로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과 거리가 멀기에 생략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진도빼기'가 수업의 궁극적인 결과물이 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해요. ^^
어쨌든!!
선생님들의 첫번째 수업 장면은 어떠하셨나요?
"오늘은 2학기 첫번째 국어시간입니다.
다들 교과서 폈지요?
1단원, '인물의 삶을 찾아서'입니다."
라는 말과 함께 교과서를 펴고, 첫 단원 수업을 시작하시지는 않으셨는지요?
바쁜 마음에, 조금이라도 빨리 '진도'를 마치기 위해서
첫 날, 첫 시간부터 달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겠지만,
아이들도, 또 교사도 새로운 학습활동을 준비하고 생각하는 단계는 필수적으로 필요합니다.
그 방법으로, 첫 교과 수업 시간에 할 수 있는 <학습지도 만들기> 활동을 제안해봅니다.
#1. 학습지도, 왜 만들어야 할까?
요즘 교과서는 맨 첫 장에 교과서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각 아이콘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줍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아이들도 교사도 그 부분은 건너뛰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보니, (아니, 한번쯤 살펴봤더라도) 아이들은
6학년이 되어서도 '교과서만 가지고 어떻게 공부해야하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립니다.
결과적으로 학원에 의존하고, 문제집 푸는 것을 공부하는 것 이라고 착각하게 되지요.
그렇기에 꼭, 아이들과 함께 교과서를 '제대로' 훑어보고, '무엇을' 봐야 하는지 안내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에겐 이렇게 설명했어요.
"여러분, 여러분 부모님께서 운전하실 때, 보통 제일 먼저 하시는 일이 뭔가요?
... 네, 그렇죠.
많은 분들이 '네비게이션'을 켜면서 운전을 시작해요.
그런데, 네비게이션을 왜 찍을까요?
맞아요.
목적지를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는 운전하면서 길을 헷갈릴수도 있고,
목적지를 잘 찾아가기 어려워지기 때문이지요.
공부도 마찬가지에요.
뭘 공부해야하는지, 어떤 내용을 배우는지,
이번 학기동안 공부해야 할 것에 대한 목표가 없는 상태로 하는 공부는 효과적이지 않아요."
이런 설명을 들은 아이들은
"아...."
하는 표정을 짓습니다.
난생 처음 들어본 것같은 표정이지요.
#2. 어떻게 활동할까?
준비물: 모둠당 종이 1장(4인 1조 기준, 최소 4절지. 2절지가 더 좋아요!), 싸인펜, 교과서
Step1 |
모둠별 종이 한 가운데에 '2학기' 라고 쓴 뒤, 국어/수학/사회/과학 등 과목 수만큼 주가지를 그린다. 그리고 각 과목별로 2학기 단원의 수만큼 부가지를 그리고, 단원명을 쓴다. tip!: 가급적 한 과목은 같은 색깔로 하는 것이 눈에 더 잘 들어와요!! |
Step2 |
각 단원별로 학습목표를 찾아서 1~2 문장으로 기록한다. tip!: 아이들은 교과서에서 '학습목표'를 눈여겨 본 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따라서 선생님께서 미리 각 교과서별로 학습목표가 어디 나와있는지 알려주셔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엉뚱한 것을 찾게 되는 불상사가!!! |
Step3 |
마지막으로 학습목표 옆에 각 단원별 '핵심낱말'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5~6개 정도 찾아서 쓴다. tip!: 이 때, 아이들이 '핵심낱말'을 잘 못찾고 엉뚱한 것을 써놓을 수도 있어요. 괜찮아요. 이 활동의 목표는, 아이들이 '감'을 잡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여기서 교사가 '틀렸다'고 지적하게 되면 오히려 아이들이 교과서를 살펴보려는 의욕이 꺾일 수 있어요. |
Step4 |
각 모둠별로 완성한 학습지도를 교실 벽면에 게시하고, 약 4~5분 정도 각자 자유롭게 둘러본다.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자기 모둠이 만든 학습지도를 '수정'할 기회를 준다. tip!: 수정의 기회는 둘러보기가 끝난 다음에 주세요. 둘러보면서 곧바로 고칠 수 있게 하면, 심사숙고해서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 발견한 모든 것을 갖다 붙이려고 한답니다. |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학습지도는 대략 다음과 같아요.
위에 제시한 '학습지도'는 6학년 아이들이 2시간동안 해낸 작품(?)이에요.
4학년의 경우에는 3시간 정도 소요되었어요.
물론, 이런 형태의 학습지도를 저학년이 온전히 만들기엔 다소 어렵겠지요?
1~3학년의 경우에는 step2의 '학습목표 찾기'를 생략하고,
핵심낱말 찾기 또한, '자기가 생각할 때 이 단원에서 중요해보이는 낱말 찾기'로 바꾸면 좋아요.
1학년의 경우엔 주가지, 부가지까지 미리 그려진 종이를 주면 더 좋겠지요?
#3. 어떻게 활용할까?
뭐든지, 만들어 놓고 끝나면 1회성 활동이 되어버리겠지요?
'학습지도'를 만든 목적이 2학기에 배울 것에 대한 목표 환기이자, 간단한 형태의 '예습'이었다면,
이 목적이 잘 살도록 2학기 내내 활용하는 것이 좋을거에요.
저는 학습목표를 다음과 같이 활용했습니다.
하나, 단원이 시작할 때마다 살펴봐요.
우리가 배우고 있는 단원이 전체에서 어디에 위치해있는지,
첫날 우리가 생각했던 이 단원의 목표와 핵심낱말은 무엇이었는지 상기해보고,
첫날 작성한 학습지도에 나와있는 '핵심낱말'을 연결하여
이 단원의 내용을 1~2문장으로 '예상'해보는 것이지요.
그렇게 예상치를 가지고 시작하는 단원과 그냥 교사가 제시하면서 시작하는 단원은 무척 느낌이 달라요.
둘, 단원이 끝날 때 살펴봐요.
'단원의 내용'과 '핵심낱말'이 처음 예상했던 것과 최종적으로 배운 결과가
얼마나 일치하는지 확인해봐요.
예상과 일치했을 때엔 아이들이 "그것 봐요~" 하면서 거들먹거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예상과 많이 빗나갔을 땐 "에이, 그럴 수도 있지요~" 하면서 웃음으로 무마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렇게 자신의 예상과 학습결과를 비교해보면서
아이들 스스로 중요한 것을 찾는 '감'이 발달해간다는 것이에요.
그렇게 단원 처음과 마지막을 비교해본 후,
마지막으로 이 단원의 핵심내용을 '포스트잇'에 3~4줄 정도 써서 학습지도에 추가해요.
즉, 학습지도는 한번 만들고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한 학기 수업 전반에 걸쳐 수정하고 변화하면서 '살아있는' 생명력을 갖게 되지요. ^^
셋, 아이들이 스스로 프로젝트를 기획해요.
이건 사실, 제가 의도하거나 기대했던 효과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몇몇 아이들이 학습지도를 살펴보다가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선생님! 과학 1단원의 생물 관련한 내용이랑,
국어 2단원에서 자료를 활용한 발표를 연결할 수 있을거 같아요.
생물 조사해서 발표하는 걸로 하면 어떨까요?"
아이들이 2학기동안 배울 내용을 전체적으로 조망해보는 과정에서
스스로 '재구성'을 해내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아이들이 스스로 '수업과 배움'을 '자기의 것'으로 하려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게
교사들이 바라는 가장 아름다운 학생으로서의 모습 아닐까요?
아이들이 자신의 배움과 수업을 조각해가기 위해서는 우선,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을 가지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학습지도 만들기' 해볼 만 하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