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그날 같지 않은 이유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하루. 지루해 난. 하품이나 해.‘
- 자우림의 노래 ‘일탈’ 가사 중 일부
육아를 하면서 이 노래 가사처럼 매일매일이 똑같이 흘러가는 것 같아 답답하고 일탈하고 싶은 순간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난 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어.’라고 생각하며 나 스스로를 더 힘들게 들볶을 때도 있었다. 또 어떤 날은 우리 집 길 건너에 보이는 초등학교에 밤늦게 불이 켜져 있는 교실을 볼 때면 한숨과 함께 ‘나도 학교에서 열심히 하던 교사였는데…….’라는 생각과 함께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라는 한탄만 할 때도 부지기수였다.
그랬었다. 첫 아이를 낳고 백일 정도까지는.
그런데 아이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내 생각이 옳은 건 아니었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매일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하루일 수는 있지만, 그 속에 살아 숨쉬는, 그리고 서로 소통하는 '나'와 '우리 ‘아이’가 매일 달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우리 모두는 점차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이 그날 같던 하루하루가 점점 유의미한 시간으로 다가왔고, 그래서 오늘 하루를 더 열심히 살아야함을 느끼며 초보 엄마는 ‘초보’ 딱지를 끄트머리를 떼어가고 있었다.
아이가 엄마를 백만 번 찾으며 매달려 울던 어제는 왜 저러나 싶어 답답하고 짜증이 났었다. 잠자고 일어나면 정말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을 만큼. 그런데 언젠가부터 아이가 무엇 때문에 저렇게 우는 건지 궁금해졌고, 네가 매달려 울 수 있는 대상이 엄마라면, 그리고 내가 곁에 있어주는 것이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이라면 그렇게 해주겠다며 내가 점차 변해가고 있었다.
엄마뿐 아니라 아이도 변해가고 있었다.
거실 바닥에 드러누워 울던 아이는 어느 날부터 ‘아까는 너무 힘들어서 그랬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엄마, 전화하지 말고 나랑 놀아주세요.’, ‘엄마 너무 졸려서 밥 그만 먹고 싶어요.’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큰 변화냐며 애가 한살씩 나이먹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변화해가는 거지!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꼭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변화는 아닐뿐더러 이 어린아이에게 있어서는 실로 엄청난 성장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느끼고 있다.
‘I’와 ‘아이’ 사이에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점점 늘어나면서 많은 에피소드들이 생겼고, 이에 대응하고 소통하는 우리가 달라지고 있다. 그래서 이번 연재에서는 그 에피소드 사이에서 내가 느끼고 배우는 것을 말해보고 싶다.
‘I’와 ‘아이’가 서로 지지고 볶는 소소하지만 행복한 이야기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