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그리고 씁쓸한 현실
2024년 1월 3일 수요일 오후 3시경이었다.
다음날 종업과 졸업을 앞둔 학교는 바빴다.
선생님들 못지않게 바쁜 두 명의 학생이 있었다.
학기 중에 교육청 학교폭력심의위원회에서 심의 받은 결과, 봉사 활동 처분을 받은 학생들이었다.
졸업하기 전 봉사활동을 끝내야만 했기 때문이다.
2022년 5학년이었을 때 교과를 지도하며 관계를 맺었기에 봉사활동을 핑계삼아 졸업을 축하해주고, 중학교 생활을 응원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둘 중 한 명을 쉬는 시간에 마주쳤을 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으로 사용하였다.)
“지우야, 수업 끝나고 봉사활동 할 때 선생님한테 와줄 수 있을까? 나도 좀 도와줄래?”
평소 나와 긍정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던 아이라 한치의 쉼도 없이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네, 쌤 교실로 가면 되요?”
“응!”
방과후 나는 자연스레 지우를 기다리고 있었고, 아이는 ‘똑똑’ 두 번의 노크 후에 교실 앞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오~~~ 지우!!! 약속 지켜줘서 고마워! 얼른 들어와^^”
당차게 들어오던 아이의 발걸음보다, 나를 바라보며 웃던아이의 표정보다 나를 사로 잡은 건 아이에게서 풍겨오는 냄새였다.
‘담배 냄새’
찰라의 순간에 수많은 고민이 머릿 속을 스쳐갔다.
졸업이 내일인데 모르는 척 넘어갈까?
분명 수업을 들었을 텐데 어디에서 핀 거지?
담배는 어디서 구한 거지?
평소에 관계가 좋았던 친구인데, 오히려 이걸 짚고 넘어가면 관계를 해치게되려나?
그렇다고 교사인 내가 모르는 척 하는 건 너무 비겁한 게 아닐까?
장고 끝에 악수를 둔다고,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어허, 냄새가 나는데, 보자보자~~~”
아이의 손을 가까이 가져와 냄새를 맡았고, 의심은 확신이 되었다.
“언제 폈어?”
”6교시 끝나고 후문 밖에 나가서 피고 봉사활동 하려고 다시 들어왔어요.“
………….. 이렇게 솔직하게 답한다고?!
아무튼 이때부터였다.
”그랬구만. 남은 담배는 어디있어?“
아이는 숨김 없이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갑을 꺼냈다.
‘개피’도 아니고 ‘갑’을 들고 다니다니…
"아이고, 담배는 어디에서 구했어?“
"아, 수호(봉사활동을 같이 하는 친구)한테 샀어요.“
"…. 그래? 수호는 지금 어디있어?“
"봉사활동 하고 있을 걸요?“
"그럼 지금 수호 찾아서 같이 쌤 교실로 올래?“
수호는 지우와 함께 교실로 돌아왔다.
이미 상황을 전해들은 눈치였기에 본론부터 들어갔다.
”너도 같이 담배 폈어?”
“………………….네.”
“그렇구나. 그러면 지금 가지고 있어?”
“………………….네.”
”선생님 책상 위에 꺼내놓아봐.“
아이의 주머니에서는 담배 한 갑이 또 나왔다.
아이들의 남은 담배 개피수를 적어놓으며 마음 한 켠이 무거워졌다.
학생들의 흡연 지도는 한두번이 아니었기에 어렵지 않게 풀어가고 싶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세 미만에게 담배 판매를 금지하고 있어. 봐봐, 여기에도 적혀있지?“
이 말을 화두로 흡연 지도를 시작하려던 그때 수호가 갑자기 말을 껴들었다.
”선생님, 근데요…“
”응?“
”19세 미만한테 담배를 파는 건 법에 걸리는데요, 담배를 피는 건 불법이 아니에요.“
머리를 띵 맞은 것 같았다.
평소 법의 한계라고 생각해왔던 부분인데, 아이는 그걸 간파하고 있었다.
“그럼 나는 너희가 담배 피는 걸 알고도 그냥 넘어가야 하는거야?”
“지난번에 길에서 담배폈을 때 경찰도 저희 봤는데, 아무말 안하고 그냥 가던데요?”
“그랬구나. 그럼 넌 그게 옳다고 생각해?”
“………………”
“선생님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 그래서 난 교사로서 학생에게 옳은 걸 알려주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19세 미만이 담배를 피는 건 불법이 아니라고 했지? 그건 19세 미만에게 판매를 금지하면 당연히 흡연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없다고 본 게 아닐까?”
“……. 공부 스트레스 때문에 피는 건데 그냥 돌려주시면 안돼요?”
“그치, 공부 스트레스 어마무시 하지. 충분히 공감돼. 나도 그랬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의 행동이 정당화될 수는 없어. 그래서 담배는 돌려주기 어려울 거 같아.”
수호는 같은 자리에서 버티기 시작했고, 지우는 옆에서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결국 교장선생님, 인성부장선생님, 학교폭력 업무담당 선생님과 함께 협의를 진행했고, 개정된 생활 규정에 따라 진행하기로 했다.
그리고는,
“담배는 돌려주기 어렵지만, 졸업하고 둘이 같이 놀러와. 선생님이랑 몸에 좋은 고기 먹으러 가자.”
라는 말과 함께 학생들의 귀가를 지켜보았다.
학생들의 흡연 문제는 꽤나 오래도록 이어져온 고질적인 문제다.
이 과정에서 꼰대스럽지 않게 옳고 그름을 잘 지도하고 싶은 건 교사인 내 욕심일 뿐이다.
하지만 담배 판매는 불법이지만, 흡연은 불법이 아니라는 생각.
그리고 흡연을 하는 어린 학생들을 보고 그냥 지나치는 어른들….
씁쓸한 현실 속에서 참 안타까웠고 속상했다. 그리고 부끄러웠다.
다음날 아이들의 졸업이 진행되는 내내 아이들을 지켜보며 이 친구들의 내일을 진심으로 응원했다.
부디 나의 진심어린 마음이 전달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