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이야기] 3. 애프터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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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에 교직에 들어왔지만, 그 때는 중간발령에 중간담임이었던지라, 아이들과 무언가를 설계할 기회나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 때의 아이들을 그렇게 졸업시킨 후 새롭게 맞이한 2013년도의 아이들. 그 이후로 줄곧 생각해 오던 것들을 조금씩 학급운영과 교육과정에 반영해 온 듯 싶습니다.
그 중, 대학교 다녀오기가 있습니다.
학급 회장으로 봉사해 준 아이들, 집에도 안 가고 방과후에 남아서 선생님과 지긋지긋하게 보드게임 했던 아이들, 방과후학교 수업을 함께 했던 아이들 등등등. 매년 한 두 팀씩 아이들을 묶어서 데리고 다녀왔습니다. 그렇게 다녀온 팀이 3팀.
올해는, 2017학년도에 함께 방송부 활동을 했던 아이들과, 2018학년도에 집에도 안 가고 교실에 남아서 선생님과 같이 퇴근(!)했던 아이들과 동행하였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대학교를 다녀오면 뭐 썩 큰 무언가를 주고 받는 경험은 별로 없습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는 대학교보다는 중학교에 올라가는게 훨씬 더 큰 일이자 관심사이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 이후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는 때는, 빠르면 중학교 3학년, 늦으면 고등학교 때나 되어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매년 데리고 다니면서도 굳이 아이들을 데리고 다닐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그래도 이걸 하는 이유는, 아이들의 졸업 이후를 고민하기 때문입니다.
제 졸업생 관련 글의 일관된 배경은, 공교육 교사가 아이들의 멘토 중 한 사람이 되어주어야 한다, 입니다. 유일한 멘토일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아이들이 필요로 할 때, 와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 해결책을 제시해 줄 필요도 없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나누면서 아이들 스스로 실마리를 풀어갈 수 있도록 이야기 나눌 사람.
왜냐하면 공교육 교사가, 특히 초등학교 6학년 1년 동안 아이를 오롯이 봐 온, 아이의 일정 시기에 대해 잘 아는 교사가, 아이에게 해 주었을 때 도울 수 있는 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이는 자랍니다. 변해갑니다. 물리적 환경이 바뀌고, 인적 환경이 바뀌며, 정서적 변화가 따라옵니다. 교사가 알고 있던 그 때 그 시기와는 참 많이 변합니다. 그러나 그 변화는 초등학교 6학년 당시를 발디딘 변화입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래서 교사는 아이의 멘토 중 한 사람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모든 아이들에게 그렇게 되어줄 수는 없습니다. 아이들마다 결정적 시기가 다르기 때문이겠지요. 누군가는 중학교에 올라가서야 그런 멘토를 만날 여유와 기회를 얻기도 합니다. 그 때는 중학교 선생님께서 그런 역할을 해 주실 수 있겠지요. 누군가에게는 고등학교에 올라가서야 도움의 필요성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 때는 고등학교 선생님께서 그런 역할을 해 주셔야겠지요. 저는, 모든 공교육의 교사가, 자신과 함께했던 아이들에게, 좋은 멘토가 되어주기 위해서 노력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아이들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시기를, 언제든지 가질 때가 오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의미없어 보이고, 힘들며, 하루가 오롯이 아이들을 위해, 그것도 졸업해서 더이상 저와는 상관없는 아이들을 위해 소진되더라도, 겨울에는 한 햇동안 선생님과 조금 더 남다른 인연을 가졌던 아이들을 다시 모아보는 이유는 거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별 의미가 없다고 해도, 그래도 아이들을 대학교에 데리고 가면 아이들의 동공은 커지고 심장 박동은 빨라집니다. 그 곳의 사이즈가 남다르니까요. 그리고 선생님 학교 이야기를 곁들여줍니다. 선생님 학교 다닐 때는 말이지. 마침 기회가 닿아 종합대학교를 두 군데 다닐 기회를 가졌던 터라, 제 대학교 탐방은 그 두 군데로 이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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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쉬운 것은, 도서관에를 들어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재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공간이다보니 그런 어려움이 있겠지요. 그래도 도서관의 어마어마한 장서와 시설을 보여줄 수 있다면 정말 좋을텐데... 물론 대학교마다 정기탐방이 월 1회 있으며, 그 때는 도서관을 개방하니까 둘러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때는 실제적인 경험이 이야기되지는 않으니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제가 주로 활동하였던 공간을 위주로 하게 됩니다. 아침에 간 학교에서는 광복관을 중심으로, 오후에 간 학교는 서관을 중심으로, 학교를 길게 한 바퀴 돌아보게 되지요. 그런데 방학 때는 대부분의 강의실이 잠겨 있는 것도 아쉽습니다. 그래도 문을 여기저기 손대어보다가 덜꺽, 하고 열리는 곳이 있으면 들어가서 자리잡고 앉아 있습니다. 아이들은 지루한데, 교사는 추억돋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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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진 찍고, 기념품 사고. 또 한 번의 래포를 형성하고.
그리고 그렇게 함께 했던 아이들이, 문자도 오고, 연락도 하고, 보고(!)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그만둘 수가 없을 듯 합니다.
특히 이번 2018학년도에 졸업시킨 아이들 중에, 담임 교사의 권유로, 학원없이 스스로 공부하는 세 명(네 명?)의 아이들이 함께 다녀왔습니다. 이 아이들의 현재를 확인할 겸, 앞으로를 권유도 할 겸, 시간을 만들어 다녀온 것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