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살림]#10. 장애 이해 교육과 서로의 차이에 대한 존중
장애를 가진 친구에게 “동생처럼 대해 주렴” 이라고 말하는 것
작년 저희 반은 특수반에 다니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예전부터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 이해가 안 되는 말과 행동을 해도 동생처럼 받아 줘라’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합니다. ‘나이가 같은데, 고학년이 되어 가는데 왜 동생처럼 생각하고 받아 주어야 해요? 왜 쟤는 특별 대우를 해야 해요?’ 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아이는 없었지만, 과연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하곤 했었습니다. 다 받아 주어야 하는지, 과연 언제, 어떻게 다르게 대해야 하는지 의문을 품은 학생들은 여럿 있었습니다. 장애로 등록된 학생이 없다 하더라도 학급의 학생들은 발달 속도와 능력에 차이가 있고, 의학적 진단을 받지는 않았지만 도움이 많이 필요한 학생들도 분명 존재하지요.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는 학생들도 있구요. 학생들이 마음속으로부터 장애에 대해, 장애를 가진 이들에 대해, 서로의 차이에 대해 인식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입니다. 사회의 성숙도는 약자들에 대해 어떤 태도를 지니는가로 가늠해 볼 수 있지요. 학생들이 사회적 소수자, 약자들을 존중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익힐 수 있기를 바라며 이 날은 놓치지 않고 계기교육을 합니다. 1차시로는 좀 짧습니다.
장애는 특성일 뿐,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니야
수업에서 가장 먼저 안내하는 것은 바로 장애에 대한 개념입니다. 정상/비정상, 일반인/장애인이 아니라 장애/비장애로 구분해야 한다는 것을 꼭 말해 줍니다. 장애는 그 사람의 일부를 차지하는 특성일 뿐, 사람으로서 누구나 갖는 욕구와 권리를 가지고 자신의 생활을 해 나가는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장애인과 '아픈 사람'illed 와는 차이가 있음을 말해 줍니다. “질병에 걸려 신체, 정신적인 문제가 생겼을 경우, 치료가 될 수 있으면 환자이지만, 영구적으로 기능에 손상이 남게 되면 장애인이 됩니다. 선천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는 경우는 10% 전후라고 합니다. 나머지 90%는 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하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장애를 갖게 된 후천적 장애인이지요.”자전거를 타다가 다리가 부러지면 4층 우리 반 교실로 이동하거나, 화장실을 가야할 때, 버스를 탈 때 불편함을 느끼는데, 장애인들은 앞으로도 계속 불편함을 안고 살아갑니다.
장애인을 비하하거나, 비장애인에게 장애인 같다고 말하며 놀리는 학생들이 있을 때, 단순히 혼내는 대신 “우리가 누군가를 장애인이라고 함부로 말할 수 없습니다. 장애 등급에 따라 판정을 하는 사람은 전문가들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장애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금기시할 필요는 없지만, 무지와 악의를 담아 장애인을 떠올리고 혐오를 표현해서는 안 됩니다. “쟤도 장애인이에요?”라고 묻는 학생들에게는 제가 아는 선에서 해당 학생의 상황과 필요한 도움을 말하되, 혹시나 질병이 있거나 장애 등록을 한 경우라도 제가 확인해 주지는 않습니다.
장애인은 도전하고 있는 사람들
영한사전에서 장애인을 찾아 보면 disabled, handicapped, challenged이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학부 시절 <특수아동의 이해> 교양 수업을 들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고 단어의 뜻만으로도 함의를 이야기할 수 있어 추천합니다.
과거에는 장애인을 ‘무능력한 사람, 할 수 없는 사람, 불구자’disabled/crippled 으로 생각하여 교육권, 노동권을 제약하고,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집 밖에 나오지도 못하게 한 적도 많았습니다. 아이들은 “차별이에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장애인을 자주 본 적이 있나요? ☞ 2018년 보건복지부 보도자료를 보면 2017년 현재 전국의 장애추정 인구는 267만명, 5.39%라고 합니다. 20명 중에 한 명은 장애인인데, 우리 주변의 장애인들은 과연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장애인들이 학교에 다니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버스를 타고, 장을 보고, 취직을 하고, 영화관에 가고, 거리를 산책하는데 과연 자유로운지 생각해 보기로 합니다.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차별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불리한 조건을 가진 사람’handicapped의 개념으로 변화되어 왔음을 말해 줍니다. 살아가는 데 불편함이 없기 때문에 비장애인이지만, 장애를 가졌다면 불편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이지요. 너무 작은 글씨, 너무 어려운 조작법, 너무 작은 소리, 너무 큰 소리, 너무 빠른 속도, 너무 좁은 장소, 많은 계단 등은 장애인에게 불편하면서도 장애로 판정받지 않은 누군가에게, 특히 노인, 아이들, 임산부, 외국인에게도 불편합니다.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조건을 실제로 다른 사람들은 전혀 다르게 느끼고 있음을 말합니다. 시각장애인은 식별하지 못하거나 다르게 보이는 것들이 많고, 자폐인의 경우는 예민한 자극을 가지고 있어 불안감을 느끼고, 불안을 낮추기 위해 특별한 행동을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다르게 감각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우리에게도 세상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외국에 갑자기 가게 되면, 이해할 수 없는 언어와 낯설게 보는 시선에 불편하지 않을까요? 어두운 방 안에서는 다들 더듬거리며 물건을 찾아야 하고 불안하지 않나요?”각자가 가진 핸디캡에 어떤 어드밴티지가 필요할까? 라는 질문이 필요합니다. 외국에서는 낯선 문화와 언어를 가진 학생에게 언어 지원, 특수 교육을 받을 기회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노라 엘렌 그로스의 『마서즈 비니어드 섬 사람들은 수화로 말한다』에 따르면, 선천적 청각, 언어 장애인이 많은 마서즈 비니어드 섬에서는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어도 의사소통에 큰 문제가 없었는데요, 그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화로 말할 줄 알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배리어 프리, 유니버설 디자인을 통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장애인들은 자신이 있는 곳이 사람을 배려하는 도시라는 긍정적 인상을 가지고 좀 더 자신있게 활동할 수 있겠지요.
장애인이 핸디캡을 가지고 있음을 인식한다면, 장애인은 '도전하는 사람'challenged 이라는 의미로 넓혀갈 수 있습니다. 불편하지만 집 밖으로 나오고, 시험을 보고, 직장을 가지고, 주위의 시선과 편견을 견뎌내는 사람들의 도전과 성취를 인정해 주자고 말이지요. "무조건 도와야 하거나, 무조건 봐주고 혜택을 주어야 하는 다른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를 필요로 하고 꿈이 있으며 도움이 필요하면 스스로 요청할 수 있는 사람,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으로 대하는 존중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누구에게나 약점이 있고, 잘하지 못하는 것이 있는 한편, 분명히 잘하는 것이 있답니다. 모든 친구에게 대하듯이, 그리고 내가 누구에게나 존중받고 싶듯이 들어 주고, 기다려 주고, 응원해 주세요."
장애를 가진 친구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할 때, 특히 발달장애가 있는 경우 아이들이 가장 답답해 합니다. 시선을 빼앗기거나, 소리가 크게 나는 경우 실제로 수업에 방해가 되기도 하고요. 위험한 행동, 폭력을 행하는 경우라면 즉시 제지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얼른 제가 옆으로 가서 상황을 파악하고 전체 학생들에게 말해 줍니다. 그리고 부탁합니다. 이런 사정이 있었고, 지금 진정하는 중인데, 우리 기다려 주자고, 수업을 이어 나가면서 '예의바른 무관심'을 보여 주자고 말이지요.
☞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자폐증 아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이야기
☞ 해피스쿨 자폐범주성장애 인식개선2(이렇게 대해주세요)
☞ 해피스쿨 자폐범주성장애 인식개선1(나의 마음)
수업을 마치고
장애 이해 수업을 하고 나서 아이들에게 무엇이 남았는지 잘 보여주는 것은 바로 일기입니다. "우리 삼촌이 장애가 있는데 당당하게 살고 계셔서 기뻐요.", "우리 반 밤톨이를 기다려 주고, 도움을 청하면 돕고 알려 줄 거예요.", "장애인을 위해 이런 기술이 필요해요." 라고 일기를 쓰는 아이들. 남들에게 차마 말하지는 못했지만 약점이 있는 아이들이 이 수업을 가장 주의깊게 보고 안심한 표정을 짓습니다.
장애 이해 교육을 통해 우리 반은 서로를 더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커졌다고 느낍니다.
일 년에 한 번 있는 장애인의 날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서로를 존중해 주었으면 좋겠다, 약자를 배려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
장애 이해 수업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