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살림] #3. 교감하는 아침 몸인사하기
아이마다 다른 방법으로 몸인사를 하는 선생님이 있다고?
올 2월쯤에 보았던 뉴스에서 “모든 아이들과 학생마다 다른 인사법으로 인사하는 선생님” 이야기가 나왔었습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배리 화이트 선생님은 아침마다 아이들을 만날 때 아이들 스스로 정한 방법대로 몸으로 인사를 한다고 합니다. 영상에서는 학생들 열여덟 명이 복도에 서 있는데, 하나같이 다양한 리듬과 몸짓으로 눈을 마주치며 선생님과 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Teacher Has Personalized Handshakes With Every Single One of His Students" - ABC
"신나게 춤추는 줄 알았는데…선생님의 '독특한 인사' - SBS"
배리 화이트 선생님 인터뷰 "Inspiring ‘Handshake Teacher’ Gives TODAY Anchors Personalized Handshakes - TODAY - ABC"
인사 영상, 인터뷰 영상까지 찾아보았습니다. 선생님의 활기가 느껴집니다. 어떻게 저 많은 아이들의 인사법을 기억하나 궁금했는데 매일 아이들과 만나고, 아이들이 “선생님! 박수를 쳐요”, “선생님! 몸을 낮추세요” 하고 하나하나 알려주는 대로 했다고 하네요.
아침에 아이들을 맞이할 때 우리 반도 몸인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단, 방법은 한 가지로 정하자. 수줍어하는 아이들도 있을텐데 아이들이 의견을 낸 것 중에 투표로 정하고 두 달 정도 지속한 다음 바꾸자. 이 정도까지 생각하고 새 학기를 시작하였습니다.
몸인사, 이렇게 말을 꺼냈습니다.
3월 둘째 주, 몸으로 인사하자는 말을 꺼냈습니다. 대부분 몸인사가 뭐지? 궁금해 하면서 흥미로워하는 눈빛입니다.
“선생님은 여러분과 아침에 한 명 한 명과 인사를 하고 싶은데, 온 몸 중 한 부분을 선생님과 맞대면서 인사를 할 계획입니다.”
“어떻게 인사할 수 있을까요? 친구들 앞에 직접 보여주세요. 마음에 드는 한 가지 방법을 투표로 정해서 매일 아침마다 선생님과 인사를 나눕니다.”
앞으로 한 명씩 나와서 보여주는데 처음에는 쭈뼛거리며 어색해 하다 4번까지 오니 신나나 봅니다. 1. 악수를 한다. 2. 허그를 한다. 3. 주먹끼리 친다. 4. 하이파이브를 한다. 중에서 주먹끼리 치는 인사를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런데 주먹끼리 치면 선생님은 24번을 쳐야 하기 때문에, 살살 쳐 달라고 미리 양해를 구했지요.
그리고 “선생님~ 안녕하세요!” 하고 먼저 부른 다음 눈이 마주치면 눈을 쳐다보며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는 것만 약속하자고 했습니다. 인사를 할 때는 받을 사람이 준비되었는지도 확인해야 하므로, 밝은 소리로 선생님을 불러 달라고 했습니다.
몸인사의 좋은 점
첫째, 학생과 둘만의 순간을 나누며 교감을 할 수 있습니다.
아침에 등교 시간이 저와 맞는 아이는 도란도란 안부를 묻고 함께 교실로 올라오고, 교실에 와서도 특별한 점이 눈에 띄면 말을 걸었지요. 반면 특별한 점을 제가 발견하지 못한다면 첫인사를 나누는 순간이 늦어지게 되지요. 만일 아이의 자리가 멀리 있거나, 교사에게 거리감이 있어 교실 뒤 쪽에 주로 다닌다면 “새삼스럽게” 아이를 불러 말을 건네게 되지요. 그런데 몸인사를 하면 일단 학생이 저를 향해 다가오고, 서로 물리적 거리가 0인 순간이 생깁니다. 4학년 아이들은 싱긋 웃으면서, 또는 힘들어 죽겠다는 듯이, 더워요~ 배고파요~ 선생님 오늘 아침에는요~ 하면서 말주머니를 달고 오는 아이들이 많지요. 교실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선생님 저랑 인사해요! 하거나, 아이가 교실로 들어와 가방만 얼른 두고 다가와 주면 저도 미소가 지어집니다.
둘째, 인사를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아침에 제가 학습자료를 확인하거나 다른 친구와 이야기를 하는 중이라면 인사만 하고 가게 되지요. 제가 전화를 받고 있거나 다른 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있다고 해도 인사를 마친 것이고, 제가 “응응” 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몇 번 있었습니다. 심지어 선생님의 등 뒤에서 목소리만 들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말수가 적은 아이라면 얼른 작은 소리로 숙제 해치우듯 인사하고 가지요.
하지만 몸인사는 서로 합을 맞추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흘려보내기가 어렵습니다. 5초 남짓하지만 인사 활동에 충실하고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됩니다.
셋째, 학생의 작은 변화 혹은 아침 컨디션, 건강 상태 등이 자연스럽게 확인됩니다.
왠지 머리쪽이 시원해 보여 머리 깎았느냐고 물으면 백발백중 주말에, 어제 머리를 잘랐다고 하더라구요. 힘이 없어 보인다면 분명 마음이 불편한 일이 있거나 간밤에 아팠던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해진 시각보다 늦게 도착을 하는 경우, 즉 8시 55분 넘게 도착한 친구는 늦은 이유를 말하고 자리로 바로 가는 것으로 아침 상황을 확인합니다.
몸인사를 한지 넉달째
한 달 반, 주먹으로 인사하기 방법을 해 본 결과, 아이들이 참 좋아합니다. 그리고 선생님과 함께 맞는 아침을 좀 더 편안히 생각하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다만 주먹으로 너무 세게 치면 손목이 아프므로 아이가 강력한 힘을 실어서 다가오는 것 같다면 “선생님하고 살살 인사해 달라고 미리 말을 합니다.
5월 초, 다시 정한 몸인사는 경쟁률이 높아졌고, 한층 복잡하고 소리까지 내는 것으로 정해졌습니다. 두 손을 아래에서 받기 한 번, 위에서 아래로 내리기 한 번 한 다음 아아아아~~ 소리를 내며 양 손을 움직여 줍니다. 순서가 다르고, 아~~ 소리도, 손가락부터 팔동작이 아이마다 달라서 재미있습니다. 열 명 정도는 안하고 싶다고 그냥 인사만 하고 있지만, 기분 좋으면 짝짜꿍박수까지는 같이 친답니다.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교감하고 싶다면, 아침 인사를 바꾸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아이에게 선생님의 에너지를 전하시거나, 아이가 전해주는 활기를 기꺼이 받아주며 우리 반의 하루를 시작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