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들] prologue. 느닷없이
느닷없이
실패다,
완전히 망했다,
하는 순간이 온다.
감정이 밀려온다.
전에 비슷한 일이 있어 낭패라고 느꼈거나
애써 밀쳐두었던 슬픈 예감 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현재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을 해석하고 헤쳐 나가보려고 머리 회전은 빨라지고
자연스러운 척 당황하지 않은 것처럼 뭔가 말도 하고 있지만
가망이 없다는 생각이 나를 잡아끈다.
이런 상황이 (또) 나타나다니. 프로답지 못해.
이런 상황에 대비하지 못하다니, 프로답지 못해.
이 상황에도 자기비하에 빠지다니, 프로답지 못해.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1:1의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다면,
다른 환경이었다면,
이전에 조처를 해두었더라면,
만일 이 장면에서 내가 초등-담임-교사가 아니었다면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면
이런 실패를 겪지 않을 수 있었을까?
대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저렇게 능숙하고 노련하게 준비를 딱 해서 일하는 걸까?
최근 들어 점점 더 자주 실패감을 느끼고 있다.
경험이 쌓이면서 편안하고 충실한 기분이 드는 만큼 후회스럽고 부족한 기억도 함께 는다.
오히려 멋모르던 초임 때 성공의 기쁨이 훨씬 컸던 것 같다.
풍선을 쥐고 날아오를 생각에 잔뜩 짊어지고 얼마든지 부풀 것 같던 풍선을 보고 있었는데, 몇 개는 터지고, 몇은 날아가버린 듯한 기분.
실패에 맞닥뜨린 나. 나는 해결해내고 싶다.
실패를 감각하는 나. 나는 놓아버리고 싶다.
실패를 들여다보는 나. 나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추스를 시간. 나를 돌아볼 시간. 더 좋은 방법을 찾고 선택할 시간.
열패감에 빠져 주저앉아있다가도 나를 인정하고 자신을 일으킬 힘을 낼 시간.
너무 빨리 단정 짓지 않고 너무 오래 멈춰있지 않을 만큼 충분한 시간.
*****
실패를 들여다보는 나의 이야기를 꺼내려고 합니다.
결론이 나지 않고 제 안에 아직도 끓고 있는 이야기들을 꺼내려니 겁이 나기도 합니다.
무겁지 않게, 가볍지 않은 감정들을 차근차근 풀어 나가고 싶습니다.
진짜 나의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일지라도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