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제국 운영법] 3. 교실 네이밍
[진영제국 운영법] 3. 교실 네이밍
대부분의 교사들은 자신의 학급을 운영한다. 진영제국 운영법은 본인의 학급운영방법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이 학급운영법은 본 교실에서는 효과가 있던 것들이다. |
#prologue
이름이나 별명, 별칭은 항상 의미가 있다. 이름이 가진 의미는 모두 알 것이고.. 머리가 크면 얼큰이. 배가 나오면 뿔룩이. (배가 나오고 감독처럼 생겼으면 배딩크..)
그래서 선생님들 중 별명이 있는 사람들은 다 그 별명의 의미가 있다. 왕칼쌤은 왕카리스마. 악마쌤은 악마같다는 뜻 등 다양한 의미가 있다. (별명은 남들이 붙여주는 게 많다.) 별명은 사람들을 꽤 친근하게 다가오게 한다.
우리는 이런 별명을 자신의 교실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은 각종 교실네이밍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1. 교실네이밍
네이밍은 「명명・이름을 붙이다」라는 뜻. 특히 새로운 상품의 브랜드명을 고안한다든지, 새로운 회사나 그룹 등의 명칭을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출처 : 패션전문자료사전, 패션전문자료편찬위원회, 1997. 8. 25.) 나이키, 아디다스 등 네이밍이 잘된 제품들은 그 파급력이 뛰어나다.
교실에서도 네이밍을 사용한다면 어떨까?
#2. 교실네이밍의 효과
교실에서 네이밍을 하면 경험상 다음과 같은 효과들이 생긴다.
1. 학생들이 재미있어 한다.
2. 학생들이 그 이름을 자주 사용한다.
3. 학생들이 기억을 잘 한다.
위의 1,2,3번은 결국 한가지를 이야기 한다. 바로 학생들의 소속감이 강하게 생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교사들이 교실에서 네이밍을 사용한다. 기즐원(기발한 생각, 즐거운 마음, 원리를 탐구하는 우리반), 함행우(함께 있어 행복한 우리), 라온제나, 콩깍지 반 등 다양한 교실네이밍을 사용하는 교사들이 있다. (옆에서 보기에) 이런 교실네이밍을 사용하는 반들의 대부분은 역시 학생들이 강한 소속감을 느낀다.
#3. 진영제국이란 교실네이밍
많이 궁금해 하지는 않겠지만 우리반은 12년도부터 진영제국이라는 교실네이밍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네이밍을 하게 된 계기는 다음과 같다.
11년도에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서 교사로서의 자존감도 많이 낮았고 무언가 개인적인 돌파구가 필요했다.(이것은 차후 딩크의 학교문제집에서 다루게 될 것이다.) 이때 아이스크림 교사공감콘서트에 갔다가 안태일이라는 선생님에게 빠졌던 적이 있었다. 그분과 페이스북 친구가 되길 여러번 하고(자꾸 그만두고 하셔서...) 블로그를 열심히 찾아다니면서(http://tellzzang.com/) 이분이 고등학생들의 담임을 하면서 자신이 맡은 반 학생들을 백성으로 부르며 학생들을 조사하는 기초환경조사학습지를 보게 되었다. 이를 새학년이 되면서 교실에 적용해보기로 했다.
새로운 학기가 되면서 6학년 담임이 되었고 담임이 되면서 학생들에게 처음 우리반 소개를 하면서 말했다.
"진영제국에 온 것을 환영한다! 너희는 이제부터 내 백성이다. 제국에 보면 황제가 있고 그 밑에는 모두 평등한 백성이지? 그러니 너희는 모두 평등하다. 이전까지 누가 더 힘이 셌고, 누가 더 공부를 잘했는지는 모른다. 그리고 그건 상관없다. 이전에 못했던 백성들은 걱정하지 말아라. 앞으로 잘하면 된다. 나는 작년에 너희가 무엇을 했는지 신경쓰지 않고 올해 일년동안 무엇을 하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신경을 쓸거야."
이것 말고도 다른반 학생들이 우리반에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며 다른 반은 오랑캐, 다른 나라의 영토에 함부로 들어가지 말 것 등을 강조하기도 한다.
즉, 내가 왕 혹은 황제가 되고 나머지는 모두 평등한 그런 모습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다고 강압적이지는 않습니다.)
#4. 교실네이밍에는 그 반의 이미지가 생긴다.
교실네이밍을 하고 나서 학생들은 황당함과 재미를 동시에 느꼈다. 담임선생님이 황제라는 것이 두가지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를 재미있게 받아들여서 스스로 신하라고 부르며 역할극에 빠지는 학생들도 존재했다. 왠지 진영제국이라는 이름이 학생들로 하여금 담임교사가 카리스마있는 교사라고 느껴지게 했던 것이다. 어떤 심리적 검사를 한 것은 아니지만 동료교사들과 이야기 해보고 경험한 결과 학생들은 담임교사가 강하면서도 부드럽기를 바란다.
진영제국 뿐 아니라 모든 교실네이밍이 존재하는 반은 다 각각의 이미지가 생긴다. 때문에 네이밍을 할 때 신중할 필요가 있다.(제국은 나 혼자만으로 족하다.) 내 인생의 교직 경력은 계속 고학년으로 점철될 것이라 생각해서 고학년에서 사용하려고 제국이라 지었는데 2학년 담임이 된 적이 있다. 2학년은 학생들도 학생들이지만 학부모들과도 연락을 자주 해야 하기 때문에 까페를 만들어야 했다. 이때 진영제국이라고 이름을 지으면 왠지 학부모들이 무서워 할 듯 하여 진영마을이라고 이름을 살짝 순화해서 교실을 운영했다.(하지만 이미 학부모들은 진영제국이라는 이름을 알고 있었고 종종 사용하셨다...)
#5. 교실네이밍을 하려면
교실 네이밍을 하는 방법에 대한 팁을 제공한다면 다음과 같다.
1. 학생들이 쉽게 기억할 수 있어야 한다.
2. 교사가 그리는 이미지가 있어야 한다.
3. 교실네이밍을 뒷받침할 것이 있어야 한다. (활동이라던가 하는 것 말이다. 이름만 짓는다고 아이들이 소속감이 생기거나 하지는 않는다.)
#. Epilogue
네이밍은 교실을 운영함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할까? 당연히 아니다. 학생들의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방법은 네이밍 말고도 다양하다. 그 반만이 가지는 분위기가 있다면 그것 자체가 소속감을 느끼게 할 것이다. 다만 교실네이밍이 들어가면 학생들이 소속감을 느끼는 것이 더 쉬울 수 있다. 하지만 한번 지어진 이름의 이미지는 오래 가기 때문에 잘 생각해서 지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