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수업 한달 생존기
온라인 학습은 4월 16일부터 시작되었다. 정확히 따지면 한달 조금 넘은 생존기가 되겠다. 지금부터는 당신이 동의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는 나의 한달 생존기가 되겠다.
0. 준비기
3월 초부터 중순 즈음. 이대로 놀고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교육과정을 계속 바꾸는 것도 멈추고 학생들을 만나보기 위해 작년 아동명부를 활용하여 학생들과 연락을 하고 클래스팅에 모았다. 그리고 학부모님들은 하이클래스에 모으고 학부모님들과 하이톡으로 전화도 한번씩 했다. 다양하게 연락을 취하며 줌도 두어번 해보고 이때까지는 아주 자율적으로. 자율적으로 운영을 해봤다.
또한 우리반 아이들에게 나에 대해 익숙해지라고 영상들도 만들었다. 대충 1주일에 한번씩 만든거 같다.
집에서 이렇게 영상을 찍다 보니 어느새 따님도 유튜버를 꿈꾸는 듯 했다.
이때까지는 웃고 있었지 뭐...
교과서를 나눠주기 위해 영상도 제작했다.
이렇게 만들고 나서 학교에 스을쩍 공개를 했더니 다시 만들라고 하는 대참사가.....
그래서 다시 만들었다.
위와 같은 영상들이 몇번 회자가 되었는지 기자분들도 전화가 와서 기사가 두군데 나갔다.
경인일보 기사
어린이 조선일보 기사
1. 초창기.
준비는 거창했다. 정말로. 정말로 거창했다.
다른 학년은 쌍방향 수업을 안하려고 했지만 우리 학년은 3월 중순부터 줌을 이용하여 학생들과 만남을 종종 하고 있었기에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학생들에게 가장 익숙한 플랫폼인 유튜브를 선택하고 온라인 개학식을 준비했다.
그것을 위해 다양한 영상도 준비했다.
교실 가는 길
아이들이 학교를 못왔으니 학교가 보고 싶을 거 같아서 드론으로 학교를 찍은 영상도 준비했다
이것들과 더불어 학년 선생님들 영상도 준비하고 열심히 공지도 하며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했다.
처음엔 꽤 괜찮았다. 학생들의 적극적인 댓글 참여...
만족스럽다!
아... 그런데... 한시간 정도가 되니 학생들이 댓글로 서로 치고박고 싸운다.
뭐가 발단이었냐면 학교 패드를 빌려줘서 학생들이 죄다 학교 이름으로 로그인이 되어 있었고 그녀석들끼리 서로 댓글로 싸우는 거다.
처음 보는 이 상황에 정신을 차리기 어려웠다.
<이게 움직이면 피로도가 높다는 인터넷 여론이 있다고 합니다.>
맨붕이 오려던 찰나 유튭 라이브를 끝내버렸다.
그리곤 두번다시 유튭 라이브를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지 않겠다 결심했다. 아이들에게 익숙하기에 설명할 것은 없지만 더불어 이들이 너무 익숙하다는 걸 잊고 있었다.
2. 중반기
되도록이면 하루에 한시간은 줌으로 양방향 수업을 했다. 과제는 많지는 않았고 보통 오후 한시로 잡았다가 점점 1교시로 줌 라이브 수업을 잡고 학생들과 수업을 진행했다.
그러다 알게 된 것이 딜레이로 인해서 학생들에게 보여지는 화면이 화질이 떨어지는 경우들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바꾼 것이 줌으로 조례를 하고 수업설명을 하고 과제를 체크하는 형태로 바뀌어갔다. 그러나 교사라면 알듯이 이학습터의 고질의 영상들로 인해서 우리 학년은 거의 영상을 제작하게 된다.
3. 위기
대다수의 학생들은 참여도 잘했고 과제도 잘했다. 그런데 자꾸 하지 않는 두어명의 학생들이 신경에 거슬린다. 학생들과 여러번 통화를 하다 보니 재미난 현상을 발견했다.
내 연락을 피하는 거다.
그래서 밤 9시까지 과제 제출이 안되면 클래스팅에 명단을 올리고 그래도 안되면 11시정도까지 기다리다가 아이가 답이 없으면 학부모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렇게 하다 보니 꽤 자괴감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뭘하는 사람인건가?
매일매일 과제를 체크하고 안하는 학생들을 쪼다 보니 여러 기술만 늘어나기 시작했다.
# 학교 만능설
"연민아 왜 이학습터가 안되어 있을까?"
"선생님 이학습터가 안되요."
"아? 그래? 그럼 지금 학교로 와봐. 선생님 자리는 이학습터가 잘되는데."
"아.. 선생님 지금 다시 해보니 잘되요."
#엑셀 능력
학생들의 과제를 매일 체크하다 보니 점차적으로 엑셀 기술이 늘어나게 되었다.
합계를 구한다던가
일정 수 이상이 되면 셀 색이 변하게 한다거나.
뭐 그런..
4. 해결책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하면 좋은데 잘 안되니 안좋은 버릇이 생겨서 집요하게 쪼고 있는 나를 찾았다,. 그래서 올해는 안해보려고 하던 추첨권을 주기로 했다.
(https://www.educolla.kr/bbs/board.php?bo_table=Author_KimJinyoung&wr_id=51 참고)
저 글 하나에 거짓말 같이 아이들이 2시 30분까지 과제를 다 내고 이학습터 진도를 다 끝냈다.
그래서.. 지금은 평소보다 조금 더 평온한 시절을 보내고 있다. 이제는 아이들이 일정과제 이상을 하면 추첨권을 준다는 글도 자동으로 써진다.
빨리 등교나 해라....아.. 또 그러면 안되는 건가... 집단 감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