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 주인공이 되는 북콘서트 <송미경 작가님을 만나다>
2017년 역사 공부를 하면서 역사 그림책을 읽으며 갑자기 불쑥 작가를 직접 만나보아야겠다 라는 나의 무모함으로 시작된 '교실 속 북 콘서트' 이 제 나름 3회째가 되었다. 불쑥 전화를 걸어서 섭외하지 않고 나름 절차와 과정도 거칠 줄 아는 경력이 쌓였다.
'한 학기 한 작품 읽기'라는 '온작품읽기'에서 변형된 것이 교육과정으로 들어왔고, 학교에서는 독서 행사를 치러내 듯 하고 있다. 어떤 학교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어떤 학교는 학년 군을 대상으로 책을 선정하고 작가를 만나서 강연을 듣는다. 그 학생들 중에서는 정말로 책을 열심히 읽고 작가를 만나기 위해 준비한 학생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성교육', '흡연예방'과 별 다를 것 없는 전체 강연이 되기도 한다. (아무리 훌륭한 작가의 강의에서도 떠들고 딴 짓하는 아이들을 만나면 내가 다 속상하다)
책을 읽는 것은 삶의 어떤 부분을 눌러주는 경험이 되어야 한다. 특히 같은 책을 함께 읽은 사람이 많았다면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나의 생각과 비교해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작품을 쓴 작가님과 만난다는 것은 그 분에게 작품 속 더 깊은 이야기가 궁금해서고, 읽은 독자들도 작가에게 어떤 식으로 읽어냈는지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전에 '서진선' 작가님도 '유승희' 작가님도 우리 반 한 아이, 아이의 목소리를 듣고 소통해 주셨다. 우리 반 친구들도 수동적인 독자의 자세가 아니라 능동적인 독자로서 만났다. 그렇게 만나게 된 책은 그 날이 끝이 아니라 이후에도 북 콘서트에서 소통한 것을 바탕으로 다시 우리의 책으로 엮고, 작가님의 다음 작품도 같이 읽는 계속 이어지는 수업이 되었다.
1부 여는 무대는 완전히 우리 반 친구들이 멀리서 오신 작가님을 온 마음으로 환영하는 무대였다. (당일에 코레일 파업으로 새벽부터 기차를 기다리셨다고 한다.) 감사 편지 낭독을 시작으로 그 동안 우리반이 <햄릿과 나>를 읽으며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소개하고, 작품을 다 읽고 만들었던 우리반 문집을 선물로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으로는 <햄릿과 나>의 마지막 장면, 미유와 친구들이 햄릿에게 편지를 쓰는 부분을 떠올리며 ‘햄릿’을 위한 피아노 곡 연주를 들려주었다.
낭독극팀은 전적으로 학생들에게 맡겨 놓은 공연이었다. 장면 선택부터 배역 선정, 장면의 소제목 선택, 음악까지 모두 낭독극 팀이 하였다. 배우 8명 모두 남학생이라서 조금 걱정한 부분이 있었는데 연출을 민*가 맡으면서 좀 더 세세하게 마무리 되었다.
남학생들의 중저음의 낭독이 무척 편안하게 들렸고 참 좋았다. 이 작품과 우리 반 낭독극팀이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슴도치 엄마처럼 아이들이 너무 대견하고 예뻤다.
배우들 중 2명을 제외하고는 소극적인 아이들이라 자기 목소리를 교실에서 많이 내지 않는다. 그런데 이렇게 큰 무대에서 공연을 잘 해냈다니 너무 기특했다. 작가님은 강연 후 이런 말씀을 하셨다.
"아이들은 자신의 몸을 인정받는 기분이 들었을 거예요. 무대에서 자기 자신이 드러나고 다른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공한 경험은 잊지 못할 거예요. 6학년 남학생들이 이토록 진지할 수 있는지 놀라워요. "
작가님의 강연은 어떤 자료가 필요 없었다. 그냥 작가님이 자료였고 이야기였다. 어떻게 이렇게 마음을 담아서 이야기 하실 수 있을까? <햄릿과 나> 작품에 4년이라는 시간과 결코 가볍지 않은 소재를 따뜻하게 담아낸 깊이에 놀라웠다.
우리 반 한 친구가 작가님께 이렇게 질문을 했다. "햄릿과 나에서 미유가 제일 좋아하는 단어는 ‘용감한’이었어요. 작가님이 제일 좋아하는 단어는 무엇인가요?" 나 역시 참 궁금했던 질문이었다. 송미경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진실로'였다. 진실로 작품을 쓰는 것, 진실로 한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듣는 것, 본질에 벗어난 유혹에 빠지지 말고 살아가기 위해 그 단어를 좋아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오늘 우리 반과의 만남도 진실로 아이들 한 명씩 볼 수 있고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귀한 시간이라 해 주셨다.
우리 반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다수 속에 숨은 독자가 아니라 작가님과 마주 하여 이야기 나누고 질문할 수 있었다. 동규는 ‘작가의 말’이 너무 좋아서 사인을 그 부분 옆에 받았고, 서영이는 에코백에 ‘햄릿’을 그려서 선물했다. 작가님을 사전 조사해서 직접 소개한 나경이는 이번 무대가 자신에게는 도전 같은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작품을 읽고 나누는 과정에서도 성장이 있었지만, 북콘서트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배움을 얻고 자신감을 얻었다. 준비 이전과 이후까지 한권의 책이 우리에게 선물한 것이 무척 크다.
송미경 작가님 멀리 서울에서 이곳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들을 핑계로 제 사심 가득한 팬심에 포기하지 않고 기다렸어요^^
아이들은 그 하루를 아주 오래오래 느끼고, 기억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