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지도자 자격증 도전기
가슴 앞에 합장하고 인사하며 시작하겠습니다. 나마스떼.
저는 6년차 교사 모리입니다. 저는 '요가 지도자 자격증 도전기'에 대해 말씀드리려해요. 그래서 인사도 요가 시작할 때 하는 인사로 해봤습니다.
교사 딱 되고 나서는 좋은 교사가 되어보겠다고 야간제 대학원도 바로 입학하고, 공문 오는 왠만한 집합연수는 다 참가했어요. 연수장에서 아는 선생님께 '너는 여기 있을 줄 알았다.'는 얘기도 들어봤죠.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고 대학원은 졸업했는데 박사학위 가는 건 부담스럽고, 연수 쫓아다니는거엔 회의감이 들었어요. 내가 열심히 배우러 다니면 정말 성장하는 게 맞는지도 잘 모르겠고, 아이들에게서 내 노력만큼 돌아오는 보람도 없었거든요. 퇴근하고 연수는 가기싫으니까 취미생활이나 하자 싶어서 수영도 하고 영어학원도 다녀봤는데 뭔가 자꾸 가슴 한 구석이 허한거에요.
목표를 잡고 계속해서 성장해나가고 싶은데 도대체 어디에 목표를 두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직장 다니는 친구들, 사업하는 친구들은 열심히 바쁘게 일해서 승진하고 인정받고 그러는 데 저만 뭔가 갇힌 기분에 자꾸만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 거렸죠.
그렇게 허한 마음을 품고 겨울에 미얀마로 배낭여행을 떠났어요. 미얀마에서 수행한 스님이 썼다길래 명상에 관한 책 '성난 물소 길들이기'를 골라갔어요. 그덕에 여행하면서 명상을 좀 하게 됐죠. 또 우연히 보트 요가투어가 있길래 그냥 해봤는데, 또 너무 좋은 거에요. 해가 지는 시간에 아무도 없는 모래섬에 보트 타고 들어가서 일몰과 함께 요가를 하는거였는데, 하늘이 노란색이었다가 주황색이었다가 붉어졌다가 남색이 되는 그 모든 시간을 누리면서 내 호흡과 동작에 완전히 집중하니까 나의 경계선이 선명해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벅차오르기도 하고. 그거 때문에 바간에 열흘 눌러앉았어요. 그 다음에 아주 작은 산골마을 '깔로'라는 곳에 갔는데 거기서 비건카페 2층에 요가교실이 있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되고 하루에 두 번씩 요가 하고 명상하면서 또 일주일 눌러 앉았죠. 그렇게 매일 일출, 일몰을 보고 요가를 하고, 명상을 하고, 책을 읽고, 여행자들과 좋은 대화를 하고 건강한 식사를 했어요.
제가 단순해보이는데 잡 생각이정말 많아요. 뇌가 시끄럽다고 해야하나. 그래서 현재에 오롯이 머무르는 걸 잘 못해요. 근데 미얀마를 여행하면서 제가 그 어느때보다 선명해지고 에너지가 정말 좋아지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보통 명상의 궁극적인 목표를 '무아', 내가 사라지는 것이라 하는데 제가 그걸 한 번 경험했어요. 여행 거의 막바지에 호텔 창문열고 새소리 들으면서 명상을 하는데 오 분 정도 지난 줄 알고 눈을 떴는데 삼십분이 지나있더라고요.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시크릿 읽어보신분 계신가요? 거기서 에너지는 같은 것끼리 끌어당기기 때문에 좋은 에너지는 좋은 에너지를 끌어당긴다고 하거든요. 근데 제 에너지가 점점 좋아지고 있으니까 점점 좋은 사람들과 기분 좋은 행운들이 저를 따라다니는 것 같은 거에요. 너무 심오하니까 여기까지 하고, 아무튼 너무 좋았어요.
제가 미얀마에서 요가 여행을 계속 했기 때문에 요가를 가르치면서 여행하는, '요가여행자'를 3명 만났는데 그분들의 여행이 너무 좋아보이는 거에요. 요가라는 좋은 것을 나누고 게스트하우스 숙박료를 면제받거나 소액의 수업료를 받거나 하면서 여행하는게요. 그리고 요가를 사랑하는게 너무 느껴지고 자신의 여행에 대한 자부심도 많이 느껴졌거든요.
사실 처음으로 '요가여행자'를 만난 건 2년 전 스리랑카에서 였어요. 서핑으로 유명한 미리사라는 해변가 게스트하우스에서 요가를 가르치며 스탭으로 일하던 J를 처음 만났을 때 J랑 이런 대화가 오고 갔어요.
-그럼 요가 가르치고 스탭하면서 숙소에 무료로 머무르는 거야?
-응
-언제까지 여기 있어?
-모르겠어,
그리고 이어서 이런 질문을 제게 건넸어요.
내 인생 정말 나이스하지 않아?
그 말이 제 뒤통수를 세게 때렸어요. 전 살면서 한 번도 제 인생을 나이스하다고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 때가 27살이었는데도 연봉이 얼마네, 친구들이 얼마 버네, 세상에 잘난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 하면서 불평하기 바빴어요. 근데 J가, 따지고 보면 돌아갈 곳도 정해져있지 않고 모은 돈도 없는데다가 나보다 나이도 많은 '비정규직 게스트하우스 스탭 및 요가강사'가, 그 질문을 던지고 저를 빤히 보고 있잖아요. 그래서 제가 대답했어요
-응, 네 인생 정말 나이스하다.
나이스하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요. 그 대화 후로 며칠간 함께 생활하면서 본 J는 정말 나이스했어요. 열려있고, 가볍고, 친절하면서 단호한. 게다가 매일을 마치 인생의 마지막날처럼 누렸으니까요. 그때부터인것 같아요. 요가 여행자에 대한 동경을 품게 된 것이.
이런 저런 경험들의 결과 저도 꿈을 하나 품게 되었어요. 바로 '요가 가르치며 여행하기!'에요. 꿈이라니 '임고 붙게해주시면 착하게 살게요.' 다음으로 6년 만에 꿈을 품었어요 제가. 근데 꿈이 생기니까 눈을 감으면 자꾸 상상이 되어서 이걸 어떻게든 현실화해야겠더라고요
그래서 검색을 해보고 어찌저찌해서 KYF라는 요가협회에 이백만원 내고 등록을 했죠. 처음엔 의욕이 이글이글했죠. 근데 이게 중간에 제가 쓴 수련일지에요.
짠내나죠 정말. 제가 처음에 등록할때는 유연성도 부족하고 근력도 부족하고 거북목이고 그랬거든요. 근데 학창시절에 친구한테 지기 싫어서 공부하던 승부욕이 올라와서 동작이 안 되면 너무 짜증나는 거에요. 농땡이치고 싶어서 농땡이쳤다가 또 후회되서 자기비난 막하고 마음이 왔다갔다, 난리가 난거죠. 꿈을 이뤄가는 게 아름다울 줄만 알았는데 짠내나는 현실이었습니다..
그래도 어찌저찌 이수를 해서 자격증을 품에 안았죠. 뿌듯하긴 하더라고요. 자랑스럽기도 했고요. 그리고 진짜 눈물 콧물 짜면서 수련했지만, 다 지나고 보니 안되던 동작들도 휙휙 해내는 제 모습이 제가 봐도 멋있는거죠. 거북목 교정되고 척추 펴져서 키도 2cm 컸습니다. 우여곡절이 있긴했지만 명상과 요가를하면서 저 스스로가 더 선명해지고 깨끗해지고 평온해져가고 있다는 걸 느껴요. 지금도 심난하거나 우울할 땐 '명상하고 요가하면서 나 스스로를 달래야겠다.'라고 생각해요.
저 지도해주신 분이 리아선생님이신데 지도자로서의 자세를 많이 말씀하셨어요. '지도자는 상대방의 마음과 영혼까지 어루만져야한다, 지도자는 아파도 안된다, 자신을 관리하고 한 시간의 수업이 마치 뮤지컬에 오른 배우처럼.내 무대라고 생각하고 열정을 다하라.'라는 말씀들이 제가 잊고 있었던 교사로서의 마음가짐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어요.
또 세계 요가의 날에 참가해서 무대에서 동작을 시범보이는 영광스러운 기회도 있었는데 그날 하늘이 정말 파랗고 구름의 경계가 정말 선명했거든요. 근데 리아선생님께서 하늘을 바라보는 '비라 1자세'를 취하게 하시고 이 바람을 느껴보라고 하셨는데 이 자연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지는거에요. 리아선생님께서 그 수련이 끝나고 이 소중한 자연을 지키기위해 작은 것부터 실천해나가는 걸 제안하셨는데 제 마음 깊숙히 그게 박히더라고요. 그래서 지금도 환경을 위해서 제 나름의 작은 노력들을 이어오고 있어요. 에듀콜라 워크샵에 오기 전에도 수저 가져오기를 제안했는데 감사하게도 흔쾌히 응해주신 분들이 계셨고,저도 실천하는 제 모습이 좀 더 멋져 보였죠.
지도자 과정이 끝나고 동기분들은 많이들 취업을 나가셨어요. 저는 겸업금지니까 '내가 이 좋은걸 배웠는데 이 감을 잃지않고 뭐 써먹을게 없을까?' 하다가 요가나눔을 구상하게 되었어요. '아주 작은 돈이라도 좋고 한명이 와도 좋으니 스튜디오를 대여해서 요가를 가르쳐드리고 삼천원을 받아서 스튜디오 대여비를 제외한 금액은 기부를하자.' 이렇게 생각한거죠. 그런데 좋은 일 한다고 '송파 독서더하기' 회장님이 스튜디오도 빌려주시고 참가는 안하시고 기부만 하신 분도 두 분 계시고, 직접 참가한 여덟 분까지 이 주에 걸쳐서 35000원을 모금하게 되었어요. 정말 좋은 일이 가진 에너지에 좋은 것들이 끌려오는 것 같았죠. 내가 가진 능력으로 작지만 뜻 깊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뿌듯했고요.
그래서 제 꿈은 어떻게 됐냐고요?
보라카이에 요가원 하나가 하루에 한 시간만 수업하고 나머지 시간에 스튜디오를 놀리더라고요. 거기에 연락을 해서 이번 겨울방학에 한국인을 상대로 요가를 가르쳐볼테니 스튜디오를 대여해달라고 해 볼까 생각 중이에요. 사실 머리 속으로만 구상한거라 어떻게 실현될지는 아예 알 수 없어요. 그렇지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재밌어요. 어떻게 실현될지 기대되기도 하고요. 실현되지 않으면 뭐 어떠냐 하는 생각도 있어요. 그 모든 과정이 재밌었잖아요, 그럼 된거죠 뭐.
제 이야기는 이쯤에서 마무리해보고, 이제 여러분에게 질문을 던져보려해요.
여러분의 삶은 어떠세요, 나이스하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