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수업에 네비찍기 - 쉬운 수업 시작하기
0. 들어가며 - 수업디자인이란?
우리는 신이 아니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기 매우 어렵습니다.
아이폰이라는 스마트폰을 만들어낸 스티브잡스도 무에서 창조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수 많은 것을 아이폰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연결해 낸 것입니다.
그래서 스티브잡스는 창의성을 ‘연결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말을 수업에 비추어 본다면 결국
창의적 수업디자인은 수업을 ‘무언가’와 연결하는데 있습니다.
1. 어떤 과목인가요?
이 사진은 가을을 주제로 우유팩에 마라카스를 만든 사진입니다.
그러면 하나의 질문을 다시 드리겠습니다.
이 수업은 어떤 과목 수업인가요?
우리는 수업시간에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음악, 미술, 체육 등등을 배웁니다.
국어시간에는 우리마을 배우고, 수학시간에는 셈, 통계, 도형 등을 배웁니다.
사회시간에는 지리, 역사, 경제 등등을 배우고 과학시간에는 물리, 화학 등등을 배웁니다.
그런데 국어시간에도 우리말로 글쓰기를 하고, 수학시간에도 우리말로 글쓰기를 합니다.
과학시간에 과학 그림그리기도 하고, 과학송 만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과학 그림그리기는 미술활동이지만 과학시간에 하게 되고
역사 노래 만들기는 음악 활동이지만 사회 시간에 하게 됩니다.
왜 그렇게 될까요?
그것은 여기에서의 그림그리기, 노래 만들기 등등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과학 능력 향상(목적)을 위해 그림그리기(방법)을 하게 되는 것이고,
수학 능력 향상(목적)을 위해 노래부르기(방법)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역으로 교과를 구분하는 것은
방법이 아니라 목표점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각 교과 영역의 목적은 각 교과 영역 능력 발달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어 노래 부르기라는 활동을 하게 될 때
영어 능력 향상을 위한 영어 노래 부르기는 영어 시간에 하게 되고
가창 능력 향상을 위한 영어 노래 부르기는 음악 시간에 하게 됩니다.
2. 네비게이션은 하나만 찍는다.
며칠전부터 페이스북을 달구고 있는 기사가 하나 있습니다.
<저커버그 등이 1천억 투자한 대안학교의 실패> 라는 기사입니다.
(사진을 누르면 링크로 이동합니다.)
이 기사를 요약하면 구글 출신 엔지니어가 만들고 마크 저커버그 등이 천억원을 투자한 알트스쿨이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공교육의 미래 모델’이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결국 학생과 학부모에게 버림을 받고 실패했다는 이야기 입니다.
저는 이 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앞에서 말한 열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실패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알트스쿨이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공교육의 미래모델이라고 칭송했습니다.
그러니 이 알트스쿨이 성공한 이유는 반드시 ‘테크놀로지를 이용’이 되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교육의 ‘미래’모델이 되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교육의 기본 목표 이외에 이 두가지가 붙어버린 것입니다.
1) 테크놀로지를 활용하거나 2) 미래교육의 비전을 제시한다.
학생은 완성체가 아니라서 스스로 성장하기도 바쁜데 이 두가지 목표를 더 갖고 있으니
힘들게 마무리가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글 처음에 이야기 했듯
가장 창의적인 수업을 구성했던 해에 가장 큰 실패를 겪었던 제 사례만 보아도 당연한 것이겠지요.
운전을 할 때 네비게이션은 하나만 찍습니다.
경유지를 찍기는 하지만 결국 종착역은 하나입니다.
수업디자인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므로 수업디자인의 시작점은 네비게이션을 어디에 찍는가? 에 있습니다.
3. 쉬운 수업 시작하기
다음 사진에는 네 가지 음식이 있습니다. 이 음식 중에서 가장 쉽다고 생각이 되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짜장면을 가장 쉬운 음식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왜냐면 짜장면은 우리에게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이패드가 쉽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아이패드에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김보법선생님은 미술수업이 쉽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미술에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앞의 글에서 제가 사진을 촬영하고 출력하는 것을 레시피에 적지 않은 것은
제게 그것은 너무나도 쉬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것을 레시피에 적는 것을 ‘잊어버렸습니다.’
마치 학생들이 점심에 김치를 먹기 위해 젓가락을 쓴다는 것을 ‘잊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젓가락질을 잘 하는 아이들에게 젓가락질을 하는 것은 너무 일상적이고 쉬운 일입니다.
그래서 그 아이들은 ‘김치를 먹는 것’에 집중을 합니다.
그런데 젓가락질을 잘 못하는 아이들은 젓가락질이 익숙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젓가락질을 어렵다고 생각하고 ‘젓가락질’을 하는데 집중을 합니다.
만약 김치를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어떻게든 젓가락질을 해서 김치를 먹는데 집중하겠지만
젓가락질도 익숙하지 않은데 김치도 싫어한다면 아이들은 점심시간이 점점 싫어지게 될것입니다.
위의 말을 보면서 쉽다를 익숙하다로 바꾼다면
쉬운 수업은 결국 ‘익숙한’ 수업이 됩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학교에 ‘새로운’것을 배우러 옵니다. 그러니까 학습목표는 익숙한 것이 되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쉬운 수업을 위해 교사가 해야할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이것입니다.
학습목표가 아닌 다른 것들을 학생들이 익숙한 것으로 채워주는 것
그래서 학생들이 학습목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
그럼 다음 주에는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쉬운 수업인가를 이야기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