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용 감독의 리더십으로 보는 좋은 선생님의 조건
#0. 2019 U20 월드컵이 끝났습니다.
원래는 다른 글을 쓰려고 준비하고 있었지만 밤을 새우며 응원하고 나서
무언가 느껴지는 감정들이 있어서 정리하다 보니 이번에는 이 글을 꼭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gain 1983 - 1983년 U-20월드컵 4강이라는 업적을 기리는 말로 이후 이말은 36년동안 이어졌습니다.
1983년도 저는 3살이었기때문에 이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전혀 모릅니다.
(2002년도에 태어난 아이들이 지금 고등학생이라죠.....)
그리고 오늘 드디어 그것에서 한발짝 위로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이제 앞으로는 어게인 1983이 아닌 어게인 2019가 될 것입니다,
그 역사적인 발자취를 눈으로 감상한 것 자체가 영광이다 싶더군요.
많은 사람들이 이번 대회를 통해 이강인이라는 축구선수를 머릿속에 각인시켰습니다.
현란한 드리블과 패스, 축구 센스는 정말 천재다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이강인만큼이나 밖에서 지켜보는 정정용감독이 눈에 띄더군요.
개인적으로 만나본적은 없지만 진심으로 한 명의 팬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훌륭한 결과를 낸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좋은 선생님이라는 것이 눈부셨기 때문입니다.
감독은 이기고 분위기 좋을 때 빛이 나는 사람은 아닙니다.
분위기가 좋을 때 그것을 이어가기는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입니다.
이때 그것을 나 혼자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극복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다잡을 수 있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을 위해서는 다음의 3가지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1) 함께 이 난관을 극복 할 수 있다는 서로간의 신뢰
2) 이 난관을 극복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희망
3) 좌절하지 않는 긍정적인 사고
이것을 끝까지 심어줄 수 있는 감독은 아무나 나올 수 없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축구클럽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축구감독인 조세무리뉴감독이 쫓겨난 이유는
선수들의 태업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일 정도로 세계 최고의 팀도 한번에 폭삭 망가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 우리나라는 마지막까지 모두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네갈전으로 대표되는 극장에서 볼법한 이야기를 실제로 실현해 낼 수 있었습니다.
이 중심에는 정정용 감독이 있습니다.
#1. 수평적 리더십
옛날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에 대한 글을 써 본적이 있습니다.
https://www.educolla.kr/bbs/board.php?bo_table=Author_KimBaekkyun&wr_id=55&page=3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이 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맞아주는 선생님이라는 말을 이야기했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맞아 줄 수 있으려면 다른 사람들에게 맞아도 내가 '아프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들에게 맞아줄 수 있는 사람은 자존감이 무엇보다도 높고 서로간의 신뢰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것을 사람들이 머릿속으로 이해하고는 있지만 실제로 실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내 입으로 '수평적인 리더십'을 말하기는 쉽지만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자연스럽게 나를 표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가 처음으로 이것을 이야기하게 된 계기는 아래의 사진때문입니다.
승리를 하고 나면 선수들이 헹가래를 쳐 주는 감독은 많이 보았습니다만
승리했다고 감독에게 물세례를 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감독이 스스로에 대한 권위를 모두 내려놓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나에 대한 권위를 내려놓음으로써 정정용감독은 하나의 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감독님을 위해 열심히 뛴다는 선수들의 인터뷰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승리의 원동력은 선수들에게 돌리고 패배에는 자신의 부족함을 이야기하는
정정용감독의 수평적 리더십으로 인한 것입니다.
다시말해서 수평적 리더십은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한 출발선에 있습니다.
#2. 성공에 대한 믿음과 신뢰
2명의 의사가 있습니다.
1> 성격은 정말 더러운데 병은 정말 잘 고치는 의사
2> 정말 친절한데 병을 잘 못 고치는 의사
이 두 의사가 있다면 당신은 어떤 의사에게 찾아갈 것 같은가요?
당연히 환자가 의사에게 찾아가는 것은 내 병을 고쳐달라고 하는 것이니만큼
아무리 성격이 나빠도 병을 잘 고치는 의사에게 찾아갑니다.
착한 사람이 만만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착함과 만만함이 같은 의미이기 때문이 아니라
능력이 없는데 그것을 '착함으로 대충 넘어가려는 것' 때문입니다.
정정용감독이 착한 사람임에도 선수들이 신뢰한 것은
각자의 역할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팀을 하나로 뭉치게끔 하는 열쇠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번 대회기간중 우리나라가 보여준 전술과 역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을 정도였습니다.
대표적으로 일본전은 전반의 수비적은 5백에서 후반 4백으로의 전환으로
전황을 완전히 바꾸어 버렸습니다.
이런 수 많은 전술을 모두 소화할 수 있도록 끝없이 연습하고 훈련하게 한 것은
감독의 역량이 무척 높았기 때문입니다.
#3. 하나의 팀을 증명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이 선수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와 결승전인 상황
이 경기만 이기면 우승인데 후반이고 1:2로 지고 있는 상황
교체카드를 두장써서 마지막 한장만 남아 있는 상황
이 상황에서 마지막 남은 카드 한장을 사용해야 한다면 무조건 수비를 빼고 공격수를 넣어야 합니다.
한 골이라도 어떻게 넣어서 연장으로 가야하는 상황인데
후반 20분이 지난 상황에서 윙백(수비수) 최준 대신 들어간 사람은
결승까지 단 1분도 그라운드를 밟아보지 못한 백업 수비수 이규혁입니다.
이것은 정말 정정용 감독이 선생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규혁 선수는 항상 뒤에서 묵묵히 훈련을 하면서
'내가 주인공이 되지 않아도 좋으니 지금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말했으면서도 결승전에서 잠깐동안 열심히 달리고 나서 눈물을 터트리고야 말았습니다.
한 명의 사람도 포기하지 않고 그들의 노력을 빛내주는 사람
그것이 원팀이 되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었기에
이 선택이 결국은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모두가 행복하고 감동을 받기에 충분한 경기가 되었습니다.
#4. 마치며
앞으로 이런 결승무대를 우리나라가 언제 밟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죽기전에 이런 결승무대를 또 볼 수 있겠죠?^^)
우리 나라 선수들 정말 수고 많았고,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