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같은 (육아)휴직자의 삶
올해는 육아휴직 중이다. 교직인생 중 두 번째 육아휴직인데, 첫 번째 했던 육아휴직과는 많이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첫 육아휴직 때가 바로 코로나의 시작이었던 2020년이었기 때문에, 당시에 휴직 하자 마자 세 아이를(당시 한국 나이로 9살, 5살, 1살) 오롯이 집에서 돌보아야 했었기에 쉽지 않았던 기억이 많이 난다.
2학년 아이 원격 수업 준비에, 어린이집 다니는 아이와 아직 걷지도 못하는 아기를 챙기고 먹이고 하느라.. 그 때 사진을 보니, 막내를 안고서 원고 작업을 하던 내 모습을 찍어놓은 것도 있고, 지금 생각하면 그 때의 고생이 마치 군대 경험처럼 추억이 되었다.
그리고, 24년도에 맞이한 두 번째 나의 육아휴직은 마치 여행 같다고 느껴진다.
평소라면 학교에 도착해서 일을 하고 있을 시간에 운동을 하고, 아이들 등교 및 등원을 시키고 나면, 점심 시간 이후 정도까지는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 된다. 처음엔 거창하게 육아휴직 계획도 세워보고 했었는데, 지금은 그냥 되는대로 지내는 중이다. 다둥이 가족이니 만큼 가족끼리의 여행에서는 계획에 따라 움직이곤 하지만, 원래 내 여행이라던지 삶의 스타일은 촘촘한 계획보단 듬성 듬성 해야 할 것 혹은 하고 싶은 것을 정해놓고, 여유롭게 해내가는 것인데, 요즘은 정말 그런 일상을 보내고 있다.
처음 3월, 4월 초까지만 해도 굳이 안봐도 되는 업무메신져(모바일 설치가 되있다보니)도 보고, 학교에서 여러 정보가 정리되고 있는 구글시트도 살펴보고, 괜시리 업모포탈도 들어가보고 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런 부분에 대해서 다 지워버리고, 그 안에서 원래 내가 좋아했던 것들을 하나 둘씩 찾게 된다.
바빠서 잘 못 하던 게임도 3월 이후로 벌써 3가지 정도 클리어를 한 듯.. 유니콘 오버로드, 용과 같이 8, 스타워즈 오더의 몰락.. 엇.. 적다보니 3가지가 넘네. 분명 이것 말고 더 클리어 한 것이 있었는데.. ^^;;
사실 게임 보다도 사진을 다시 찍고 있는 것이 더 큰 변화인 것 같다. 잘 사용하지 않게된 카메라를 처분하고, 남은 카메라를 평소에도 종종 들고다니면서 사진을 조금씩 찍고 있는데, 아이들이 어릴 때만 해도 기저귀 가방 등 챙길 것들이 많아서 카메라 가방을 챙길 생각은 전혀 못하고 버려졌다가, 휴직 동안의 여유로움 속에서 내가 원래 좋아했던 것을 하게 되는 듯 하다.
이게 5월 즈음 부터였는데, 사진기를 들고 나가서 공원을 걸으며 사진을 찍을 때 스스로의 모습이 얼마나 어색하던지.. 카메라 조작에서부터 자연스러움이 다 사라져버려서, 정말 오랫동안 카메라를 놓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래도 2주 정도 지나면서 그런 어색함은 많이 사라진 것 같다.
이러다보니 지금의 시간이 어딘가에 여행을 가서 나를 재충전 하는 듯하다고나 할까. 이렇게 내가 채워지다보면 그 안에서 교사로서의 나로서도 움직일 힘이 생길 것 같다고도 생각한다. 아주 단순한 사례로, 이전엔 카메라를 들고다니면서 학생들 사진도 많이 찍어주고, 때로는 이벤트로 인화도 해주고 하면서 학급운영의 측면에서도 내 취미가 활용이 됐는데, 언제부턴가 직업적 교사로서의 삶에 치이면서 그런 것들이 안 이루어졌는데, 휴직을 통한 충전이 교사로서의 나를 좀 변화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업무를 하는 교사가 아닌 학생들과 함께 하는 교사로서..
사족.. 어제 첫째와 둘째 아이의 방과후 공개 수업을 보러 갔는데, 2학년 둘째 아이의 배드민턴 수업 중, 달리기 게임에서 졌다며 안 하겠다고 울면서 도망가는 1학년 학생과, 어차피 질거라면서 뛰어야 되는 시합에서 걸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니.. 흠.. 위의 글과는 반대로 ‘그래, 저것이 바로 교실이지’라는 생각과 함께, 휴직 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