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한 페이지, 음악으로 채우는 건 어떨까요
지방에 살면서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서울 및 경기권에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문화예술의 혜택을 누리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다. 특히 서울에서 열리는 공연 프로그램들은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쇱게 볼 수 없는 구성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개인적으로 봄보다는 여름에 하는 공연들에 훨씬 관심이 가는데, 여름에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분위기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낮의 더위를 잠시 잊게 해주는 선선한 여름밤, 야외에서 펼쳐지는 낭만적인 무대라던지, 반딧불이 살고 있는 산 속 마을에서 울려퍼지는 영롱한 음악이 전해주는 감성, 그런 것들.
여름방학 기간에 집중적으로 운영되는 음악 프로그램들은 실로 다양하다. 관객으로서 참여하는 연주회 뿐만 아니라 모차르트의 고향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에서는 매년 모짜르테움 학교에서 여름 음악 연수를 열고 있으며, 독일, 체코와 영국 등 음악의 조예가 깊은 나라들에서는 해마다 전 세계적인 음악 학도들을 대상으로 여름 캠프를 개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학교 음악영재교육원, 각 지역의 문화예술공연장 등에서 이러한 사업들이 진행되는데, 대부분은 음악 영재 또는 음악전공자를 대상으로 하는 게 대부분이다. 음악 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친구들에게만 열려있는 셈이다. 악기를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더라도, 전공생이나 영재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음악을 체험해보는 기회가 많이 주어지면 좋을텐데 말이다.
대학 시절 오케스트라 동아리 활동을 하며, 여름방학을 기간에 도시와 멀리 떨어진 시골의 작은 학교에 찾아가서 <찾아가는 오케스트라>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이 있다. 학생들에게 우리가 연주하는 악기를 직접 만져보게도 하고, 악기에서는 어떤 원리로 소리가 나는지에 대한 설명을 해주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이 전무했던 학생들은 매우 큰 관심을 보였고, 우리에게도 뿌듯한 경험이었다. 음악을 즐기는 데 어떠한 자격이나 스펙도 필요없다는 것을 느꼈다.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내한했을 때, 수십 만원에 달하는 티켓값에도 불구하고 전석이 매진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워낙 유명한 오케스트라이니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쉽게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관에서도 그들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실황으로 중계되는 영상이라 시간만 맞았다면 비싼 금액을 지불하고서라도 보러 갔겠지만, 예정된 일정이 있어 아쉽게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내년에는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좋은 건 직접 그 곳에 가서 보는 것이겠지만^^) 가족과 함께 영화관에서 편안히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여름방학에 학교에서 열리는 영어캠프는 흔히 볼 수 있지만 학생들이 아무런 제한 조건 없이 참여하는 음악 캠프 또는 음악 체험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 조금 아쉽다. 하지만 학교를 벗어나 잘 찾아보면 어린이들과 가족이 함께 들으면 좋은 음악들로 구성된 음악회도 꽤 있다.
이번 주 주말에 열리는 공연으로, 입장 제한 연령이 없다는 것도 좋았지만, 이 음악회에서 기획한 것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관객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합주> 파트가 있다는 것이다. 각자의 집에서 잠자고 있는 오래된 악기인 리코더나 오카리나 등을 가져와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함께 ‘작은별’, ‘젓가락 행진곡’과 같은 곡을 함께 연주하는 것이다. 또한 공연 30분 전에는 악기놀이터에 전시된 다양한 악기들을 체험할 수도 있으며, 연주자의 지도로 금관악기를 익히는 시간도 주어진다. 비록 가격이 저렴하진 않지만,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는 공연이라고 생각한다.
꾸러기 예술단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24개월 이상 유아들이 악기를 직접 만지고 갖고 놀며 탐색할 수 있는 <악기야 놀자>를 비롯하여 찾아가는 음악회인 <눈이 반짝 귀가 뻥 뚫리는 클래식>, <발레음악회>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개설되어 있었다. 이러한 단체들이 수도권뿐만 아니라 각 지방에서도 정부의 지원을 충분히 받으며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컨텐츠들을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된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7월에 개봉하는 엔니오 모리꼬네(영화음악 감독)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도 기대작 중 하나이다.
코로나로부터 조금이나마 자유로워진 이번 여름방학에는 아이들이 가족과 함께 음악회를 보러 가는 기회가 많았으면 한다. 그 곳이 실내 공연장이든, 야외든 상관없다. 장르가 꼭 클래식이 아니어도 좋다. 뮤지컬, 재즈 공연도 좋고, 콘서트도 상관없다고 본다. 어디서든 그들이 함께 음악을 듣고, 느낌을 나누면서 즐거운 추억을 만든다면 그 방학은 충분히 의미 있고, 행복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