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테라피11화] 마담프루스트의 비밀정원 - 나쁜기억지우개 (부제 : 당신의 기억은 안녕한가요?)
※ 스포주의
누구나 기억하기 싫은 순간들이 있을 것입니다.
선생님도, 그리고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특정한 기억에 사로잡혀 있는 아이들과 함께 보면 좋을 영화
바로 '마담프루스트의 비밀정원'입니다.
타임슬립 소재의 영화가 나온지도 꽤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어바웃타임(About Time, 2013)에 이어서 타임슬립 소재는 아니었지만 '과거에 내가 이랬더라면 현재의 모습은 어떠할까?'의 주제를 담고 있는 라라랜드(LaLaLand, 2016)까지. 이런 류의 영화를 아직도 대중들이 선호하는 이유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과거의 일을 되돌리고픈 인간의 욕망 때문이겠지요. 그 기저에는 각자의 아픈 기억들이 내재해 있을 것입니다.
“당신의 기억, 행복한가요?” 어릴 적에 부모를 여읜 폴은 말을 잃은 채 두 이모와 함께 산다. 이모들은 폴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만들려고 했지만 33살의 폴은 댄스교습소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는 것이 전부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이웃 마담 프루스트의 집을 방문한 폴은 그녀가 키우는 작물을 먹고 과거의 상처와 추억을 떠올리게 되는데… 출처 : 네이버 영화 |
주인공 '폴'은 두 살 때 부모를 잃은 충격으로 말을 하지 않게 됩니다. 프로이트 이론에 따르면, 자아방어기제 중 '억압'이 발생한 것입니다. 너무나 고통스럽고 충격적인 과거 사건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됩니다.
항상 나쁜 기억을 떠올리며 살 수는 없습니다. 나쁜 기억을 무조건 억누르다보면 당사자의 내면에서 불안감이 자리잡게 되고, 이는 정서적 고통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영화 초반의 '폴'의 모습은 무척이나 어두워 보입니다.
이런 '폴'의 어두운 삶에 마담 프루스트가 관여하게 됩니다. '폴'은 마담 프루스트의 도움으로 억눌러왔던 자신의 기억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동안 아버지가 어머니를 학대해왔다고 생각해왔던 '폴'. 자신의 기억과 조우하게 된 '폴'은 그것이 레슬링 쇼의 준비과정이었음을 알게 되고, 아버지가 어머니를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자 안도의 눈물을 흘립니다. 그의 막연했던 불안이 조금씩 해소되기 시작하고, 아버지에게 가지고 있던 두려움의 감정이 또한 점차 사라지게 됩니다. 더 이상 악몽을 꾸게 되지 않는 '폴'
하지만, '폴'에게는 반드시 통과해야 할 마지막 기억의 관문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부모님의 사망 원인에 관한 기억입니다. '폴'은 분명히 두 살 때 부모님의 죽음을 목격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기엔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다가왔을 것이기에 부모님의 죽음 원인을 모른채 서른 세 살까지 버텨온 것입니다. '폴'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기억과 다시 한 번 조우해야만 했습니다. 그 때의 '폴'의 심리적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자신의 생존 수단이자 삶의 희망이었던 피아노가 자신의 부모님을 죽음으로 내 몬 물건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더 이상 피아노를 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피아노 뚜껑에 자신의 손가락을 부상입힙니다. 자기 파괴적인 방법으로 불안을 해소하려 했던 것입니다.
역설적이게도 '폴'은 자신이 회피했던 기억을 되찾은 그 이후부터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됩니다. 사실 피아노는 처음부터 '폴'이 원해서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폴'의 두 이모로부터 위대한 피아니스트가 될 것을 강요받으면서 시작한 피아노입니다. 마담 프루스트는 암으로 죽게 되고, 그녀의 무덤을 찾아간 '폴'은 자신의 나쁜 기억을 말끔히 씻어버린 후 우쿨렐레 교습소를 열어 제 2의 삶을 시작합니다.
우리의 삶에도 '폴'과 같이 회피하려고만 했던 기억이 존재합니다. 잊고 싶지만, 잊혀지지 않는 기억들도 많이 있습니다. 망각이 축복이라 했건만, 절대 잊혀지지 않는 기억 속에서 우리는 무기력합니다. 그런들 우리가 그 기억을 회피하려고 하는 시도는 무용지물이겠지요. 억누르려고 해보아도 어떤 형태로든 드러나는 우리의 나쁜 기억...
반면, 남들에게 말하기 힘들고 어려운 기억을 털어놓는 것 자체에서 치유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2016년 2월 27일 무한도전에서 '나쁜기억지우개' 특집이 방영되었습니다.
우리는 사람들의 나쁜 기억을 지워줄 수 없습니다. 또한 해결해 줄 수도 없습니다.
단지 그저 들어줄 수 있을 뿐입니다. 그 과정에서 공감이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나쁜 기억은 드러내놓기만 하여도 치유가 된다고 하는 것입니다.
많은 상담 이론이 존재하지만,
수용전념치료 이론이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수용전념치료란 고통스럽지만 회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봄으로써 과거를 수용하고 현재 내가 원하는 가치에 맞는 새로운 선택을 해 나가는 것을 말합니다. 이 과정에서 불안을 회피하거나 통제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때때로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나쁜 기억과 조우해야만 합니다. 우리의 기억에 안부를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비로소 우리의 나쁜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게 됩니다.
우리 주변에 나쁜 기억으로 아파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나 자신도 그러할테고, 옆 반 선생님도 그러하겠지만 우리가 지도하고 있는 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이번 기회로 서로의 아픔에 관심을 가져보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