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동기] 추천도서를 읽습니다. 학생이 아니라 교사가. 교사가 아니라 학생이 추천한 그 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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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책을 함께 나누는 경험이 왜 좋은지 이해한 당신.
'독서가 중요한 걸 알겠으니 나도 애들과 책을 읽어봐야겠어!'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해야하니 베스트셀러 목록 중에 한 권으로 선정해야지!'
'아침시간에 애들에게 책을 한 권씩 읽어줘야겠네!'
라고 다짐하며 어린이책의 세상으로 풍덩! 뛰어든 당신.
혹시 아래와 같은 질문들과 마주친 적 없나요?
"이것도 병이야 병. 책 읽고 나면 교훈부터 찾는 거 말이야."
"근데 꼭 책에 교훈이 있어야 하나? 그냥 읽으면 안돼?"
" 책 '☆☆☆☆' 내용 좋지~ 근데 애들은 공감을 못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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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대화는 제가 참여하는 교사모임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저희 모임의 올해 목표가 '우리가 직접 읽고, 아이들에게 추천 목록을 만들어주자!'였거든요. 그런데 읽을수록 감탄이 나오는 책보다, 왠지 부족하게 느껴지는 책들이 늘어나더군요.
이 책은 재미는 있지만 구성이 약해. 이 책은 교훈은 있지만 소재가 낡았어. 어느 순간 문학상 심사위원보다 더 깐깐하게 책을 심사하고 있는 우리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완벽한 책, 교과서같은 책을 찾고 싶은 무의식이 발동된 것이죠.
무의식적으로 완벽한 책을 찾게 된 이유는 '모두'를 만족하는 책을 찾는 욕망 때문입니다. 그건 '교사'도 만족하고, '우리 반 모든 학생'도 만족할만한 책을 찾는 일이었습니다.
물론 세상에는 모두가 감동하는 좋은 책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좋은 책도 많습니다. 너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 다른 이유, 도서관 구석에서 찾은 빳빳한 책 한 권이 내 인생의 책이 되기도 하는 이유가 그 때문입니다. 너와 나의 경험의 너울에서, 취향의 색깔에서, 인생의 단계에서, 그간의 독서 이력에서 우리의 '인생책'은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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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목록 만들기'라는 모임의 목표가 흐지부지 되고, 저는 모임을 하며 구매하게 된 책들을 학급문고에 꽂아두었습니다. 그리고 의외의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저 그렇다고 생각한 책을 아이들이 열광하면서 읽거나,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거라 기대하며 꽂아둔 책이 별 반응이 없는 경우들이 있었기 때문이죠. 교사와 아이들 사이에는 '세대'라는 차이도 존재했던 겁니다. (ㅜ.ㅜ)
그래서 저는 되려 거꾸로 책을 읽기로 했습니다. 교사가 아니라 학생이 책을 추천하고, 학생이 아니라 내가 추천목록을 읽는다. 덕분에 바쁜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추천해주는 책들이 쌓이고 있거든요. 뱀파이어 장르문학(?) '꼬마 흡혈귀 시리즈'도 독파하고, 어릴 때 읽지 않은 '삼국지' 시리즈도 읽으면서요.
그리고 혼자서라면 못했을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읽은 책도 새로운 관점으로 다시 읽어보고, 추천받지 않았다면 평생 읽지 않았을 책도 읽어봅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추천을 받아 읽으니 책이 훨씬 더 재미있게 느껴지는(!)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