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학교를 그만두었나. -6- 다양한 교육대상, 그 중의 최고는?....
차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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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7 18:15
#다양한 교육대상, 그 중의 최고는?....
사무실에서 어느 정도 기획 업무에 대한 적응이 끝이 나자, 이제는 교육 현장으로 바로 투입되었다.
사실 교육현장에서 직접 교육을 수행하는 것이야 말로 어떻게 보면 회사를 꼭 들어오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
"초등교사니 초등학생 수준만 지도할 수 있는가"에 대한 궁금점과 이어지는 부분이기도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다양한 교육 대상들을 만났다.
처음으로 맡아서 진행했던 교육은 겨울방학을 맞이하여
지역 도서관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참가한 중학생 대상의 교육이었다.
일 년간, 매일 꾸준히 만나는 수업에 익숙해져 있던 터라 딱 한 번, 만나는 수업은 긴장이 참 많이 되었다.
세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 지도 몰랐지만, 끝나고 나니 온 몸에 진이 다 빠지는 것 같았다.
기획에서부터 담당자와 협의 및 실제 수업 과정까지 전 과정에 모두 참여한 교육은 처음이라
내 스스로 기획력이 조금 업그레이드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조금은 자만할 법 했던 시기에, 하나 제대로 걸렸다.
두 번째 교육은 동아리 선배이기도 한 회사 대표가 제안해 준 것이었다.
지역 창업센터에서 창업을 준비중이신 분들이었다.
변명을 하자면 비록 창업교육을 하는 교육 스타트업에서 근무를 하고는 있지만, 이제 겨우 2개월차였다.
교육에 참여하는 대상자들은, 앞으로의 생업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피터지게 준비 중인
나보다 나이 훨씬 많은 인생 선배들이셨고,
그분들은 정확하게 본질을 꿰뚫어내는, (나의 경험으로는 보잘것 없음을 밝혀내는) 질문들을 거침없이 쏟아내셨다.
결국 수업 중 회사 대표님에게 SOS를 요청했고 그날의 뼈저린 교육 실패의 경험은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 는 것을 넘어서서 교육이란 것이 누군가에게는 매우 중요한 시간과 기회가 될 수 있기에
함부로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주었다.
또 하나, 특별했던 교육의 현장은 대학교였다.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개설된 강좌였는데, 강좌가 '창업'과 관련된 것이다 보니
강좌의 특성 상 실제 벤처 회사이자 앱 개발 및 교육 전문 분야인 우리 회사로 한 학기 수업 전체 의뢰가 들어왔다.
이 때 수업은 이론/ 실습/ 특강 형태로 진행되었는데,
영역에 따라 일부는 회사 내에서 직접 수업을 준비하기도 하고,
특강의 경우 대부분 실제 청년 창업가를 강사로 섭외하기도 했다.
수업을 들으면서, 참 세상은 넓고 다양한 사람은 많다. 는 보편적인 사실을 세삼스래 다시 한 번 깨닫는 기회였다.
교대를 졸업하고 학교 교실과, 우리 반 교실이 한 때는 내 삶에 전부인 것 같은 시간들이 있었는데
또 그 때의 시간들이 이렇게나 아득하게 멀어보일 수 있을까 싶었다.
한참 봄의 중간에 와있던 즈음, 해당 강좌의 이론/ 실습 강좌를 구성하던 중에
내가 수업을 진행해야 할 상황이 생겼다.
대학생 대상 강좌이니 나는 강좌 계획 및 구성에만 참여하고
실제 수업 진행은 빠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던 찰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시간 반 수업을 해야한다는 상황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나는 초등교사 출신이라서 수업 진행을 할 수없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나 스스로 "초등교사니까 초등 대상만 수업해야 한다."라는 말에 다시 갇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래서 한 번 해보기로 했다.
교실에서 나의 교육 강점 주제로 두었던 '아이디어 발상' 이 해당 수업의 내용이라
학교에서 수업하던 내용을 바탕으로 준비를 했다.
은 주제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했었던 것이 전부이기 때문에
과연 1시간 30분의 시간 동안 대학생과의 수업이 가능할까,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수업은 만족스럽게 잘 끝났다. 오히려 예상했던 어려움은 많이 없었다.
이 날 수업 이후에도 계속해서 다양한 교육 대상들과 참 다양한 장소에서 만났다.
구청에서 주관하는 경력단절어머님들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고,
(어머님들의 수업에 대한 열정을 느끼며 경력단절, 이라는 단어가 참으로 아프게 느껴졌다.
숭고한 일을 하시느라 끊어갈 수 밖에 없었던 희생의 시간이, 이렇게 열정 많으신 어머님들께
얼마나 발목을 잡는 칼날이 되어 돌아온 것인가. 다시 생각해보면 사실은 속상하고 화가 난다.)
가족 단위, 특별히 아빠와 자녀분으로 짝 지어진 단위 (교육명 아빠 어디가?), 마이스터고 학생도 교육대상으로 있었다.
그 중, 잊을 수 없는 곳을 꼽으라면 바로 이곳일 것이다.
군부대에서 직무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이 기획되었고,
남동생 군 면회도 잘 안갔던 나지만 이때는 군부대를 한달에 몇 번씩이나 방문했다.
군인 대상 교육은 놀라웠다.
한 번은 300명을 대상으로 교육하게 되었는데,
이 많은 수가 동시에 진행이 가능할까 걱정이 되었지만 모둠 조직/ 실습물 배분 등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군인 대상 교육에서 또 하나의 즐거웠던 점, PX 이용. 교육이 있을 때 마다 방문했다.)
아무튼.
여기 저기, 다양한 대상의 교육을 할 때에 특히 반가웠던 대상은 역시나 초등학생이었다.
교실에서, 학생들과 2년을 동거동락하다 온 나에게 초등생 20명 대상은 가장 부담이 적은 교육이었지만
같이 일하는 동료들은 초등생 10명 이상부터는 쉽지 않다며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곤 했다.
생각해보니 우리의 초등생들은 만만찮은 교육 대상이었다.
학생들의 수준을 낮게 보는 것이 아니라, 아직 어린 초등학생이기 때문에,
1. 집중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으며
2. 제각기 다른 동기유발 지점을 갖고 있고
3. 흥미가 떨어지면 주저없이 바로 책상에 고개를 파묻어 버리고
4. 부모님을 통해 피드백은 확실하게 주고 받는 교육대상자들이었다.
물론 초등, 중고등, 일반 성인에 이르기까지 전달 방법에의 수준 차이는 있겠지만, 핵심은 같다.
따라서 같은 내용을 교육해야 할 상황이라면,
굉장히 까다롭고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은 초등 대상으로 교육할 능력이 있는 경우
다른 대상들에게도 충분히 교육을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 본다.
조금 더 우리의 능력을 드러내 보이자면, (물론 그 내용에의 깊이는 다를 수 있지만)
교수님들께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수업하시기는 만만찮으실 것이다.
보통 어려운 교육 대상자가 아니니 말이다.
전달의 효율성을 위해 깊게 고민하고 정교한 기술을 발휘해야 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여러 대상의 교육을 진행하며 느꼈다.
"초등교사니 초등학생 수준만 지도할 수 있는가" 가 아니라,
"초등교사니까 초등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것이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