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교실 이야기 4] 질문 그리고 몰입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문제아 취급을 받았다. 물론 장난끼가 많고 이런저런 호기심이 가득한 학생이었지만 특별히 사고를 치거나 아이들을 괴롭히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단지 나이에 맞지 않는 너무 큰 덩치와 남자답게 생긴 외모 때문에 아주 사소한 일로도 문제아 취급을 받았었다. 친한 친구와 즐겁게 장난을 치고 있어도 친구 괴롭히지 말라고 혼나는 건 언제나 나였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궁금한 것은 참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수업 시간만 되면 “왜요?” 라는 질문을 쏟아 내곤 하였다. 하지만 그때마다 선생님들께서 해주시는 말씀은 “헛소리 하지 말고 잘 보고 잘 들어라, 배운 대로만 따라하면 된다,” 였다. 물론 그때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고 남들도 다 그렇게 하니까 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렇게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하면 그래도 가족들 배는 굶게 하지 않을 정도의 성공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현재 내가 다니는 학교의 모습은 어떠한가? 우리 학생들이 교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무엇인지 한 방송에서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여러분도 가만히 눈을 감고 내가 학교 다닐 때 어떤 말을 가장 많이 들었는지 한번 생각해 보자. 요즘도 학교현장에서 학생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조용히 해!, 집중 좀 해라!, 떠들지마!” 라고 한다. 우리들이 학교 다녔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에 씁쓸함이 묻어난다. 이렇게 조용히 하란 말을 지속적으로 듣다보니 한명 두명 수업이 시작되면 쓰러지기 시작하고 그렇게 5분, 10분, 20분이 지나면 살아있는 친구들이 한두명에 지나지 않는다. 너무 안타까운 현실이다.
과거엔 인공지능이 인간의 도구에 지나지 않다고 폄하되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를 넘어서 인간 대신 상황판단을 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주체도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 앞으로 우리는 어떤 교육을 해야하는가?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을 수 있는 뇌 영역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 전뇌적 사고를 발달시켜줘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글과 그림, 음악으로 표현하고 소리, 몸, 색을 두루 사용하게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복잡한 상황 속에서 맥락을 이해하고 해결방법을 스스로 찾는 일을 할 때 발달하는 전전두엽 영역을 특히 발달시켜야 한다. 전전두엽은 13~18세때 가장 빠르게 발달하고 특히 문제를 해결하려고 낑낑거리는 그 순간 발달하는 영역이다. 전뇌적 사고의 중요성은 특히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있다. UC버클리 잭 갤런트 교수의 최신연구에 따르면 창의적 아이디어는 어느 한군데 뇌 영역을 통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러 영역이 관여하며 전뇌적 사고를 할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에 따라 교육은 각 학생들에게 획일적인 뇌지도가 아닌, 자신만의 뇌 지도를 만들고 각자의 뇌 지도 속에서 멀리 떨어진 영역을 활발히 연결시킬 수 있도록 독특한 관점을 복 돋아줘야 자신만의 몰입을 할 수 있다.
무엇이 아이들을 스스로 몰입 하게하는 힘을 가지게 할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why?”라는 단어 즉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비판적 질문이 아이들을 스스로 몰입하게 하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의 입에서 나온 질문은 그 질문자체가 자신의 삶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요즘 현장에서는 다양한 활동들이 학생 참여형 수업이라는 이름으로 거의 모든 수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인 글쓰기이다.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는 학생시절에 얼마나 많은 글쓰기를 하였는가? 그런데 이런 글쓰기를 하면서 나의 온힘을 다해 몰입하면서 글을 쓴 적이 있을까? 아마도 그런 적은 없을 것이다. 그 이유는 나의 삶과 관련 없는 분절적이고 형식적인 글쓰기가 주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글쓰기에 몰입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생각보다 훨씬 간단할 수 있다. 즉 자신의 삶에 대한 글쓰기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삶에서 필요한 것을 제안하는 글쓰기, 자신이 정말로 인상 깊게 다녀온 곳을 친구들에게 설명하는 글쓰기, 즉 글쓰기의 소재와 상황들이 학생들의 삶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몰입교실이 필요한 이유, 몰입교실에서 추구하는 핵심 키워드 그리고 어떻게 하면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는지 이야기했다. 이제부터 이어지는 다음 챕터에서는 잠자고 있는 아이들의 몸을 깨우고 마음을 흔들며 머리를 깨우는 삶과 연결된 수업활동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가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