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학급운영] 3. 모두에게 엄격하면서 개인에게는 다정하게, 모두에게 다정하지만 개인에게는 엄격하게
벌써 6학년 담임으로 6년째(한 번의 전담도 심지어 6학년) 지내다보니 학교의 아이들에게는 대충 예측 가능한 부분이 보이나 봅니다. 5학년 아이들은 6학년 때 제 반만 피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삼삼오오 나누고, 저희 반 아이들은 그런 5학년 아이들에게 가서 우리 담임 만나면 너넨 이제 죽었다고 엄포아닌 엄포를 놓으며, 그 와중에 어떤 아이들은 6학년 담임 선생님으로 꼭 저 선생님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나 봅니다.
2013년도에 담임하였던 여자 아이가 첫 면담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선생님 반 되어서 무섭다거나 싫다거나 하지 않았냐고 웃으면서 물었는데, 자기는 선생님 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는 조금 의외의 말을 하였습니다. 그 전 해에 5학년 아이들에게 이렇게 저렇게 사나운(!) 모습을 보였었기 때문에 아이들이 기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요 아이는 남자 선생님과 함께 생활해보는 것은 어떨까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더군요.
대체로 아이들 중에는 남자 선생님을 담임으로 만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든 남자 선생님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지기도 하구요. 어떤 아이들은 이전에 저를 경험할 일이 있었는데 - 보드게임을 가르쳐 주었다거나, 어떤 활동을 할 때 제가 함께 할 기회가 있었다거나 - 그 때 재미있었기 때문에 꼭 선생님 반이 되고 싶었다고 한다거나 하는 이유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피하고 싶어하는데, 그 이유는 위에 두드린대로 5학년 아이들에게 워낙 사납게(!!)굴기 때문인 까닭이 큽니다. 뭐 그런 것이죠. 복도를 위험하게 뛰어간다거나, 6학년 졸업식 예행연습에 서포트를 위해 와서는 조금 질서없이 행동할 때, 유난히 사납게 구는 것이죠. 그럼 대부분의 아이들은 저를 좀 꺼려하게 됩니다. 저 선생님의 반에는 가지 말아야겠다 뭐 이런 것 말이죠. 거기에 졸업한 아이들의 인상비평 - 복도에서 뛰어다니거나, 수업 시간에 복도에서 소란스럽게 굴면 유난히 히스테리컬하게 군다, 수업 시간이 재미있는데 시험 문제가 아주 까다롭다, 예의와 배려, 존중에 대한 억하심정을 1년 내내 표현한다 등등등 - 을 대하는 아이들은 그런 소문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죠. 그래서 여자 어린이들 학부모님께서 상담오시면 꼭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아이가 처음에는 선생님이 너무 무섭다고 겁을 냈는데, 지내보니 그렇게 무섭지는 않고 선생님 좋다고 말하더라, 같은 말들 말입니다.
담임이 될 사람에 대한 그런 다양한 사전 인상을 가지고 6학년 첫 날의 교실에 모여든 아이들. 저도 그 날의 교실은 조금 엄격하고 차가운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이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 전부터 그런 교실을 만들기 위해 사전 작업(!!!)을 충실하게 해 왔다고 할 수도 있구요. 물론 처음부터 그런 것을 모두 염두에 두고 계획적으로 행동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론적으로 그렇게 해 온 것이 유의미한 결과를 거두는 것을 보아왔기에, 지금까지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3월의 첫 날, 제 교실은 모두에게 엄격함이 흘러가는 모습으로 꽉 차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런 엄격함에 대한 것은 모두가 명심하고 지켰을 때 우리 공동체를 행복하게 해 줄 몇 가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위한 것일 뿐, 교실 공간이 내내 엄격함을 토대로 유지되어야 할 공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교실 공동체를 위한 마음가짐을 실천하려는 모습을 하루하루 실천하면서 즐거움과 행복을 누리는 공간으로 지켜나가야 될 것이며, 교사는 그런 즐거움과 행복이 교사와 학생 간, 아이들 상호간에 오고갈 수 있도록 지지하고 격려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저도 교실에서 제가 느끼고 누리는 즐거움과 행복을 가급적이면 아이들에게 자주 많이 보여주려고 애씁니다.
주로 일대일 면담 때 보여주게 됩니다. 새로운 학년을 맞이한 그 다음 날, 첫 면담을 앞둔 아이는 긴장감을 가지고 점심 시간을 맞이합니다. 식사를 마치고 선생님과의 일대일 면담. 그런데 선생님은 웃으면서 이것저것 묻기도 하고, 농담도 하면서 아이의 긴장을 풀어줍니다. 그런데 이 아이가 남자 아이라면 그런 것을 잘 못 느낍니다. 첫 번째 여자 어린이와 일대일 면담을 하고 나면 그제서야 대강의 담임에 대한 인상평이 반 전체로 전달됩니다. 선생님이 뭐라셔, 라고 다른 여자 어린이들이 삼삼오오 물어보면, 막 상담을 마친 여자 어린이는 별로 할 말이 없는 터라, 그냥... 뭐... 좋아하는게 뭔지 물어보시고, 잘하는게 뭔지 물어보시고, 학원 뭐 다니는지 물어보시고, 5학년 때 담임 선생님 누구셨는지, 힘든 일 뭐 있었는지, 힘들고 어려우면 선생님한테 언제라도 말하라고 하시고, 뭐... 농담도 하시고 그러셨어, 라고 말하면 아이들에게 그런 담임에 대한 정보가 전달되는 것이죠. 그런데 다시 수업 시간이 되면 선생님은 바르지 않은 자세와 태도에 대해서 엄격하고 분명한 표정으로 말하고, 아이들은 또 다시 경직된 마음과 자세로 수업에 임하는데, 다음 날 면담한 아이는 면담을 마치고 다른 아이들에게 선생님 무섭지 않다고 아이들에게 전하고, 그러다가 한 1~2주 쯤 지나면 수업 시간에 웃기는 말씀도 하시고, 보드게임 같은 것도 알려주시고, 면담 때에는 잘 웃으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시고... 그렇게 아이들에게는 선생님에 대한 인상이 형성됩니다. 엄격한데 재미있고 부드러운 선생님.
깊게 고민했던 적이 있습니다. 혹시 내가 교실의 분위기를 내 뜻대로 해 나가기 위해서 초반에 교실 분위기를 강압적으로 만드는 것은 아닌가. 아이들에게 나이와 교사라는 지위를 이용해서 혹시 만들지 말아야 할 파쇼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그것을 통해 아이들 위에서 편하게 군림하고 있으면서 스스로 이게 학급과 아이들과 나를 위해 좋은 것이라고 애써 합리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엄격함 없이, 무언가 아이들을 경직시키는 교실 분위기를 만들지 않고도 교실 안에서의 행복과 즐거움을 유지할 수는 없을까. 제 자신의 학급 경영에 대한 부분을 돌아본 적이 늘상 있어 왔습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가지고 제 자신의 학급에서의 모습을 보면서, 제가 교실 안에서 만드는 분위기가 강압적인 것은 아니다라는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강압적인 교실 분위기를 만든다기 보다기 보다는, 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서 꼭 지켜졌으면 하는 최소한의 부분을 아이들과 함께 지키기 위해서 그 부분에 대한 엄격함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융통성이 결여된 단호함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학급 안에서 하지 않아야 하는 무언가 정해진 규칙이나 행동이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하면서 아이들의 생각대로 융통성 있게 결정할 부분은 그렇게 결정하기도 하니까요. 강압적이거나 단호한 것이 아니라, 엄격한 것입니다. 교실에서 꼭 지켜야 할 최소한의 부분에 대한 것 말이죠. 그런 것을 학년 초에 아이들과 공유하기 위하여 조금 엄격하게 구는 것이죠. 그래서 혹여 제가 아이들에게 가진 엄격함이 강압적으로 혹은 아이들에게 융통성도 없는 단호함으로 비추어지지 않도록 항상 자기검열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지내면 아이들에게는 교사의 반응이 예측 가능한 것이 됩니다.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담임의 노력이 수반되어야 함은 물론이겠지만, 그렇게 하루의 학교 생활이 예측 가능하게 되면 이제 아이들은 학년 초보다는 훨씬 즐겁고 재미있는 학급 공동체 생활을 하게 됩니다. 물론... 제 수업 스타일 덕택에 교수-학습 과정이 조금 지루한 것은 아이들이 이겨내어야 할 과제이지만요.
그런데 이 시점에서 엄격함을 보여야 할 시기가 찾아옵니다. 학급 안에서 꼭 실천해야 할 마음가짐이 아이들 속에서 조금씩 이완되는 시기가 옵니다. 그 때 교사가 학년 초처럼 아이들 전체에게 엄격하게 군다면, 이미 지녀야 할 마음가짐을 잘 지켜내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큰 고통이 되어버립니다.
첫 해, 중간 담임으로 보직이 변경된 후, 아이들과 가졌던 면담에서 여러 아이들이 제게 해 주었던 말이 있습니다. 잘못은 한 사람만 하는데 선생님은 그 아이만 야단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놓고 야단을 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저는 그 선생님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초등학교 6학년 쯤 되면 이제 더 이상 어리게만 볼 수 없는 연령이기도 합니다. 누군가 한 사람의 잘못을 연대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군대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입니다. 군대는 전쟁을 대비하는 곳이니 한 사람의 잘못이 결과적으로 생명과 직결될 수 있고 그렇기에 한 사람의 잘못을 통하여 주의를 환기시킬 필요가 있겠지만, 초등학교 교실에서 어떤 한 아이의 잘못이 크면 얼마나 크겠습니까. 큰 잘못이라면 주의 환기 차원에서 아이들 전체에게 교사의 생각을 말할 필요가 있겠지만,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럴 때, 공동체 생활에서 모두에 대한 마음가짐을 조금 더 가다듬어야 할 아이가 보인다면, 교실 바깥으로 함께 나가서 일대일로 이 상황에 대하여 엄격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교실에 있는 아이들에게는 양해를 구하고, 혼자 활동할 수 있는 과제를 부여한 후, 따로 아이와 교실 바깥에서 일대일로 대화하고 선생님의 생각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혹시 교사가 잘못 알고 있거나 오해한 부분이 있을 경우 아이의 이야기도 함께 들어본 후에, 다시 교실로 돌아와서 아이들의 활동 사항을 점검하면서 교실 바깥에서 교사와 이야기하느라 활동을 건너뛴 아이까지도 이 활동을 통하여 도달해야 할 성취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교수-학습 과정을 마무리한다면, 한 사람이 보인 마음가짐의 이완 때문에 좋은 마음가짐으로 교실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피로감이나 짜증나는 감정을 느끼게 하지 않을 수 있겠지요.
학년 초의 첫 한 달 동안 모두에게는 엄격함을 가지되 한 사람 한 사람을 대할 때에는 다정함을 가지고 대하며, 이후 졸업할 때까지는 모두에게 다정하고 따뜻한 교실 생활과 학습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되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가짐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을 때에는 엄격함을 담아 다정함과 따뜻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따로 대화와 조언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6학년 교실을 조금 더 편안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실천하여 왔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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